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육십갑자로 볼 때 올해를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한다. 호랑이는 기개가 높고 진취적이며 활동력이 매우 강한 동물로 상징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의 용맹함에 기대어 액을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받으려는 풍습이 있었다. 그림이나 부적 등에 호랑이를 새겨 벽에 붙여놓는 행위는 이러한 바람의 반영이다. 특히 ‘호축삼재(虎逐三災)’라고 해서 호랑이는 도병과 질병, 기근을 물리치는 벽사의 기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지난 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경제를 비롯한 제 분야와 일상생활까지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비록 백신이 개발돼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등이 더 센 전파력으로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이러한 때 호랑이 해를 맞아 ‘호축삼재’가 실제로 현실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숨길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의 의지다. 낙담과 절망을 기대와 희망으로 바꾸고,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다시금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뜻을 모으고 지혜를 발휘해 코로나 시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의 개인주의와 사회공동체를 위해하는 이기주의 행태로는 결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지난 해 우리 불교계는 코로나 방역에 모범을 보임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았다. 올해 역시 국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코로나 방역수칙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로 인해 더욱 고통 받고 있는 경제적 약자와 복지 사각지대의 소외계층을 찾아 도움을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불교계에 주어진 올해의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 올해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지역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는 자칫 국민을 분열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불교계는 이러한 선거 국면을 맞아 국민통합과 소통, 화합의 기틀이 훼손되지 않도록 국민들의 정신적 의지처로 제 기능을 발휘하는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야말로 불교계가 국민의 신망을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다.

정부와 지자체의 종교편향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일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연말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의 세금을 들여 특정종교의 찬송가인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을 지켜봤다. 또한 이에 앞서 수원시나 서산시 등 지자체에서 우리나라와 불교의 역사를 왜곡하면서 특정종교에 대해 성지화 사업을 추진하는 일도 있었다. 종교편향은 국민분열과 갈등을 불러오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대립과 혐오의 극단상황이 초래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대외적으론 기후위기에 대한 범종교계 차원의 협력이 높게 요구되고 있다. 지구촌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이상기후 등은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개발 등 무지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차 미래의 인류에게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선 이러한 인간의 탐욕과 무지에 대한 일깨움이 필요하다. 불교는 이를 각성시키는데 아주 유효하고도 훌륭한 가르침을 갖고 있다.

다음으론 종교와 문화 전쟁 등의 충돌로 빚어지고 있는 인류의 폭력을 예방하는 일이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선 전쟁의 상흔들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중생의 안락과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불교가 이들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보다 적극적인 국제적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2022년을 한국불교가 주도하는 인류평화의 원년으로 삼길 기원한다. 중생사랑의 불교를 폭넓게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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