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려울수록
불교의 ‘무주상보시’와
공동선 실천해야

요즘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문제는 불평등이다. 코로나19로 피해가 너무 크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불평등을 없애는 방법은 평등이다. 그래서 1차 재난지원금은 전국민에게 똑같이 지원해주었다. 그런데 2차부터는 선별지원, 3차는 피해 보상 성격으로 지원이 되는데 이런 지원 방식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어쩌면 더 많은 갈등이 생길지도 모른다.

10년 전 정의를 화두로 한국 사회에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게 했던 미국 정치철학자 마이크 샌델 교수가 이번에는 공정이란 화두를 던졌다. 공정에 갈증을 느끼는 한국 사회에 샌델은 현대인들은 공정하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 대학에 가고, 스펙을 부지런히 쌓아서 대기업에 취업하여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 성공했다고 하는데, 그 성공이 자신의 노력의 대가(代價)여서 공정하다는 능력주의 때문에 미국 사회가 양극으로 갈라지는 분열이 일어났다고 하였다. 한국에서 말하는 ‘개천에서 용난다’는 것이 바로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인데 샌델 교수는 바로 이 능력주의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부모를 잘 만나 생긴 능력을 자신의 노력으로 만든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게으르다’·‘머리가 나쁘다’고 얕잡아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정은 퇴색하고 있다고 하면서 정말 공정해지기 위해서는 사람을 존중하면서 사회공동체를 위한 선(善) 즉 공동선(common good)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지금이 공동선을 실천할 때이다. 기본적인 재산이 있는 사람들,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 장사를 해도 손님이 현저하게 줄지 않는 업종은 코로나19를 그럭저럭 견딜 수 있다. 저축이 없는 사람들, 월급이 없는 사람들, 손님을 극히 제한적으로 받아야 하는 업종은 이 상황이 조금만 더 지속되면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손해가 덜한 집단이 손해가 많은 집단에 베풀어야 한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서 소상공인과 손님이 서로 약정을 맺어 보험처럼 미리 소비 비용을 지급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지역사회 주민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현실에 맞게 실행해 나가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표현이 매우 거북하다. 정치인들은 마치 자기 돈을 국민들을 위해 나눠준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돈만 주면 좋아하는 국민이라고 생각하기에 불공정한 정치를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어려울 때 일수록 불교의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를 실천해야 한다. 상에 머무르지 않는 베품으로 내 것을 누구에게 주었다는 생각조차도 버리는 것이다. 내가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만심이 생기기 때문에 불평등과 불공정이 독버섯처럼 자라난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평등과 불공정을 줄여나가야 한다. 무조건 능력을 키우라고 할 것이 아니라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면서 공동선 실천으로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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