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확인 없는 과장·추측·선정 보도 사건 본질 왜곡 불러

부글부글 끊던 불심이 드디어 폭발했다. 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회의는 지난 5일 결의문을 통해 ‘신정아ㆍ변양균 게이트'에 대한 언론 보도와 검찰수사가 불교 위상을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하면서 조선일보 구독 거부 및 MBC 엄중 경고를 결의했다.

결의에 뒤이은 후속 조치들 또한 의외의 초강수다. 조계종 총무원의 실 ㆍ부장 스님 8명이 “종교 편향적이고 불교를 음해하는 수사와 보도에 적절히 대응치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8일 일괄 사표를 제출했고 바로 다음 날 후임 인사가 단행됐다. 신문 구독 거부도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라 사찰 입구 현수막 걸기, 사찰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구독 거부 서명운동 전개 등 아주 광범위하고 행동적이다.

총무원 간부스님들의 일괄 사표를 통한 책임 통감은 사회 상식과 법도에도 딱 들어맞는 통쾌한 결단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들에게 언론의 과장ㆍ추측ㆍ선정ㆍ왜곡ㆍ폄하 보도에 대응할 만한 ‘힘'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흔연히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참으로 멋있는 스님들의 ‘방하착(放下着)'이고 ‘휴헐(休歇)'이었다. 사족을 붙이자면 총무원 간부스님들의 이같은 몸짓과는 전혀 다른 대조를 이루는 태풍권에 들어가 있는 동국대 일부 승려 이사들의 처신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차제에 불교에 대한 언론과 검찰ㆍ경찰의 보도와 수사 태도에 몇가지 당부를 해두고 싶다. 총론은 불교를 얕보거나 편향성을 갖는 듯한 태도를 버리라는 것이다.

각론으론 첫째 과장ㆍ추측 보도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등이 이미 밝혔듯이 검찰이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언론에 흘려 언론이 확대ㆍ과장 보도하고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다시 수사해 사회적 파장을 키우는 작법이다. 이번에 일부 언론이 템플스테이 사업을 마치 특혜인양 보도해 불교의 위상을 실추시킨 경우나 월정사 문화재 보수비 지원에 대한 왜곡 보도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둘째 선정성 보도다. 신정아를 린다 김에 비유하거나 나체 사진을 실어 선정적 흥밋거리의 기사를 만들었다. 또 그의 티셔츠나 신발 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심지어는 신 씨와 김대업 씨가 고교동창이라는 기사까지 있었다.

셋째 사실 확인의 노력이 없다. 사찰들이 불법적인 돈을 받고 신 씨에게 사례비를 주었다는 허위 보도가 그 예다. 이런 보도나 월정사 기사 등은 기자의 기본인 사실 확인 노력만 기울여 지방 자체 단체와 관련 정부 기관을 취재하면 곧바로 확인이 가능한 것이었다.

언론의 과장ㆍ추측ㆍ선정 보도는 ‘특종의식'에 쫓기는 기자들의 과열 경쟁과 안이한 취재 매너리즘에 기인하는 고질적인 병폐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깜도 안된다”느니 “소설같다”느니 하며 진실을 덮으려 했던 신ㆍ변 게이트 취재라면 닉슨 대통령을 몰아냈던 워싱턴 포스트의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기자가 보여준 워터게이트 취재에 버금하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신ㆍ변 게이트의 본질은 가짜 학위로 출세 가도를 달리던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에 대한 권력의 비호다. 권력과 예술ㆍ종교ㆍ대학까지 한 여인의 스캔들에 휘말려든 드라마였다. 이러한 본질을 놓치고 불교계라는 한 모서리만 붙잡고 취재 열정(?)을 쏟다가 급기야는 불심(佛心)의 분노를 사고 만 것이다.

언론에 40년을 종사해오고 있는 필자 또한 앞에 지적한 취재ㆍ보도 태도로부터 전혀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참회하는 뜻으로 신ㆍ변게이트 보도의 문제점들을 감히 지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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