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 하고 있는 신정아의 허위 학력 사건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올 추석의 양대 화제였다. 사건의 파문이 불교계ㆍ학계ㆍ관계ㆍ미술계ㆍ정계ㆍ법조계 등으로까지 번지면서 무수한 화제의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결말이 날지 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구속 영장이 기각돼 법원과 검찰이 날선 대립을 일으키더니 마침내는 진원지이기도 했던 불교계를 덮치는 풍랑을 몰아오기도 했다.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이 창건한 경북 울주 흥덕사의 특별교부금 10억 지원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개입이 드러나고 변 전 실장이 신도인 과천 보광사 7억 지원 과정도 의혹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 배정이 급증한 사찰마다 변 전 실장과의 연결 고리가 있다는 소문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쯤 되면 가히 신정아 사건의 파도가 불교계를 덮칠 것 같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동국대 이사장실이 신정아 사건으로 압수 수색을 당한 것 부터가 불교계로서는 그냥 넘겨버리기 어려운 수치다. 동국대 이사장직은 총무원장과 함께 불교 조계종단의 양대 요직이다. 따라서 그 자리는 높은 명예와 함께 불교적인 도덕성의 담보를 요구받는다. 물론 이런 일들을 조계종이라는 불교의 한 종파에 국한된 것으로 좁혀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조계종이 전통과 교세면에서 단연 한국불교를 대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런 좁은 소견 보다는 조계종이라는 종가(宗家)의 문제가 곧 한국 불교 전체의 문제일 수 있다는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신정아 사건은 이제 신정아-변양균-영배 스님(불교)으로 묶인 ‘삼각 유착'이 마치 그 실체인 것처럼 부상해 있다. 영배 스님에게도 억울한 사연이 있을 수 있다. 왜냐 하면 신정아 사건의 발단은 조계종단의 종권 향방과 깊숙이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배 스님이 이 같은 종권다툼의 희생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이상 불교의 상징적 소임(동국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영배 스님의 확연무성(廓然無聖)한 우뢰 같은 일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더 이상의 불교 이미지 실추가 없다.

권력 유착 청산하는
깨침 통해
한국불교 광명 찾아야


한국 불교는 이번 신정아 사건에서 크게 깨친 바가 있어야 한다. 1천7백년의 한국 불교 역사가 가지고 있는 부끄러운 병폐인 ‘권력과의 유착'을 과감히 청산하는 할(喝)을 토하는 깨침이 있다면 신정아 사건은 역설적이지만 불교를 위한 광명일 수도 있다.

스님들이 사찰 불사를 위해 권력의 줄을 찾아 헤매고 신정아 사건 같은 기막힌 ‘가짜 놀음'에 기대 정부 예산을 타내려는 작법(作法)이 또다시 없어야 한다. 사찰 주지의 능력이 권력 주변 로비를 잘해 특별교부금이나 예산지원을 많이 따오는 것으로 측정되는 풍토가 이미 오늘의 신정아 사건을 배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라리 그런 불사는 않는 것이 정법(正法)이다. 불사는 신도들의 시주를 모으고 탁발을 해서 해야 한다. 불교는 대한민국의 ‘국교'가 아니다. 옛날 왕조 시대 국교로서의 불교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변양균이라는 권력 실세를 창구로 활용하다가 신정아까지 끼어드는 판이 벌어져 ‘망신'을 당하게 된 오늘의 불교현실은 안타깝다 못해 분노를 느끼게까지 한다. 불교계로서는 참으로 슬프고 통탄스러운 일이며 일대 참회를 해야 할 자업자득이다.

다시는 정부 사무관한테 까지도 허리를 굽히며 불사 지원 예산이나 특별교부금을 받으려는 승려들의 저자세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종권 다툼이나 유지를 위한 권력 유착도 결단코 끊어야 한다. 신정아 사건이 포효하는 법문이다.                                          / 이 은 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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