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교무부장 유정 스님추석을 앞두고 해외입양아를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됐습니다. ‘마이 파더'란 제목의 이 영화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으로 지원해 고국 땅을 밟은 주인공이 어렵게 친부를 찾지만 아버지가 사형수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겪게 되는 심리를 잘 묘사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아 내용은 잘 모르지만 들리는 말에는 스님은 나쁘게 묘사하고, 신부님은 좋게 묘사해 영화를 관람한 불자들의 심기를 편하지 않게 한다는 말도 들립니다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냥 영화를 영화로만 봐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외 입양아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올 상반기 전체 입양아는 1,200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다행히 국민 계도의 성과가 있어서인지 그 중 절반이 국내에 입양되었다고 합니다. 음지에서 소외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듯해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전에도 부모로부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버림받은 자식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현재는 과거 업보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
복전으로 돌아올 것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탁발을 하던 중에 빈터에 버려져 있던 아이를 거두게 되었는데, 이 아이는 지난 생에 수행을 오랫동안 해온 보살이었습니다. 이 아이는 승단에 들어온 후 자기를 낳아서 버린 생모의 집으로 찾아가 어머니께 게송을 읊으며 부처님의 품안으로 이끌기까지 합니다.

“어머니는 허물이 없습니다. 그러니 기뻐하소서. 버림받은 것은 내 본래의 악업 때문이며, 금생에 어머니 뱃속에 머물러 있었을 뿐입니다. 어머니는 나의 복전이시니 나를 가엾게 여겨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그러니 부끄러워 마시고 빨리 여래의 처소로 가십시오. 어머니는 이제 큰 이익을 얻으리니 나를 회임하셨기 때문입니다.”

《부사의광보살소설경》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자신의 버림받음을 부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전생의 악업에서 원인을 찾는 모습은 깨달음을 얻어 전생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어린 수행자는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이 꽃을 받으시고 묘한 향과 옷도 받으시어 석가모니 부처님께 공양하소서. 음식과 보배로는 부모의 은혜를 다 보답할 수 없기에 바른 법으로 인도하는 것으로 부모님을 공양하려 합니다.”

세상에 인과의 법칙을 벗어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업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해외 입양아 문제는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자식을 떠나 보내야하는 부모의 마음과 함께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른 부모, 특히 해외에 입양되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천태종에서도 지난 7월 해외입양인 후원행사를 가진 바 있습니다. 덴마크 포교당인 고광사를 통해 70여 명의 한인 입양인을 초청해 구인사를 비롯한 종단 사찰에서 ‘한국체험학교'를 개최했습니다. 이런 뜻 깊은 행사가 자주 열려 이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더욱 커지길 희망해봅니다.

두 차례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추석을 맞아 주위에 삶에 지쳐 힘겨워하는 이웃은 없는지 살펴봅시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 가고 있지만 우리의 따스한 손길이 하나하나 모여 세상에 따스한 불씨를 지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천태종 교무부장 유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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