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ㆍ교회 커지는 건 종교 타락 증거”


인도 다람살라에서 20년 간 달라이라마를 시봉하며 수행해 온 청전 스님이 최근 인도철학회 제23회 학술세미나에서 한국불교의 발전을 전제로 한 쓴소리를 토해냈다. 이에 본지는 정해년을 맞아 청전 스님을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만나 티베트 불교에 대한 한국불자들의 오해와 고쳐야 할 점,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만난 청전 스님은 한국불교의 발전을 전제로 쓴소리를 토해냈다.

○ 밀교 경전 거꾸로 손에 든 한국 불자

청전 스님은 1970년대 ‘좌도 밀교의 최초 교과서'로 불리우며 국내에 티베트 불교를 알린 라즈니쉬 강의 번역서가 “티베트 불교를 잘못 알린 대표적 케이스”라고 단언했다. 표지에 밀교 경전조차 거꾸로 인쇄된 그 책의 번역자가 교정을 요청했을 때 스님은 그냥 그 책을 없애라고 했단다. 스님은 “당시 라즈니쉬의 강의를 직접 들어본 뒤 그는 학자적 마인드와 수행체계는 있지만 참도인이나 큰스님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됐으나 이미 책은 발간됐고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 불교가 은밀한 곳에서 여자와 함께 수행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청전 스님은 “티베트에는 네 개의 종파가 있고, 그 가운데 오직 달라이라마가 속한 겔룩빠만이 청정 비구”라며 “다른 종파의 경우 오직 깊은 수행으로 자격을 갖춘 스님만 일정 기간 동안 부인을 얻어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탄트라(밀교)는 의식이 끊임없이 이어져 깨어 있는 것이며 한국불교에서도 서산·사명·진묵대사 때까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청전 스님은 “마정수기, 관정, 만다라 등이 문화가 아닌 상품화된 것도 문제”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수행 입문 의식인 관정이 돈만 내면 무조건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링린포체가 한국의 상업화된 마정수기 의식을 행하러 간 것을 안 달라이라마가 ‘다시는 한국 가지 말고 공부하라'고 한 적도 있다는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티베트 불교가 우리나라에서 이벤트로 그치고 있다”는 스님은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스리랑카와 태국, 미얀마 등지에서 스님들을 초청, 국제 보살계 의식을 한 것에 대해서도 “대승불교에 행해지는 보살계를 위해 소승불교의 스님들을 한국에 초청한 것은 돈을 목적으로 연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으며, 제사상에 수입 과일을 올려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불교 의식에 굳이 네팔과 티베트에서 스님들을 초청할 필요가 있냐”며 “맑게 살면서 바른 법을 펴야 할 스님 중 일부가 업장이 소멸된다는 말로 티베트 고유 문화예술을 시연하면서 돈을 받는데 이는 티베트 불교라는 이름으로 민중을 속이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또 “모 티베트 박물관은 만다라를 거꾸로 붙여놓은 적도 있다”며 “한국에는 ‘티베트 불교' 간판을 붙인 사람은 많은데 포장만 있을 뿐, 내용은 없다”고 덧붙였다.

○ 군림하려 말고 민중 귀의처 돼야

“한국에서 요가는 살빼는 체조로 변했다. 수행법을 누가 어떻게 체조로 둔갑시켜 놓았는가.”
청전 스님은 “티베트에서 ‘뚠모어'라고 불리는 요가는 인격 향상과 수행길에 오르기 위한 방편인데 한국의 요가는 ‘한 달에 얼마짜리'인 비즈니스로 정착됐다”며 “몇몇 사람들은 적당히 아슐람에 몇 달 머물거나, 인도 여행 몇 달 다녀온 뒤 동굴이 없는 히말라야 지역의 동굴에서 몇 년 간 수행했다며 민중을 속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스님은 또 한국 스님들은 승복을 적당히 입고 편히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티베트에서는 사부대중에게 봉사하려고 수행하는데 한국의 일부 스님들은 군림하기 위해 빨리 큰스님이 되려고 한다”며 “스님이 맑고 청정한 계행과 자비행의 실천으로 삼보의 일원이자 민중의 귀의처가 돼야 하는데 과연 이 시대에 승보에 머물르고 있는 스님들은 몇이나 되느냐”고 되물었다.

스님은 “매 시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등의 체험과 확신에서 오는 것이 수행”이라며 “이를 위해 반드시 부처님의 가르침인 계행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계행을 어긴 자는 승보에서 떠나서 다시 계를 받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좌죄미탈(自罪未脫)이 타죄불속(他罪不贖, 자기 죄도 벗지 못한 사람이 남의 죄를 갚을 수는 없다)'이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근본 부처님 절대 진리에서는 깨달음도 없는데 깨달음이라는 상품을 앞세워 민중과 법을 속이는 사람을 많이 본다. 나고 죽는 생사(生死)가 없는데 누가 뭘 깨달았단 말인가?”

○ 진짜 수행은 풍요에서 오지 않아

“‘재색지화 심어독사(財色之禍 深於毒蛇)'라, 즉 재물과 여자로 발생하는 화는 독사의 독보다 더 심하다”고 말한 청전 스님은 토굴 생활하면서 하루에 한 끼 밥을 먹으며 깨닫기 전에 나오지 않았던 효봉 스님의 일화를 얘기하며 “진짜 수행은 풍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참스승이 없고 사찰이 너무 부유한 것이 한국불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한(飢寒)에 발도심(發道心)'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자는 청전 스님은 “출ㆍ재가를 떠나 배 부른 사람이 어떻게 수행을 하느냐”며 “부처만 볼 것이 아니라 부처가 되기 전의 고행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들이 무소유를 말하면서 정작 좋은 승용차를 타고, 한철 수행 기간 동안 생사를 깨칠 때까지 나올 수 없는 무문관에서 먹을 것 얘기나 하며 해제비 몇 백만원 받아 외국여행 경비로 쓰고 있다”며 “신도들의 피나는 시주금을 받아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위해 자비행으로 쓰는 스님들이 몇이나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700년 역사의 불교에서 마더 테레사같은 성녀가 안 나오는 이유를 “부처같은 소리는 많은데 부처같은 행동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전 스님은 한국 스님들은 충분히 수행력이 있으나 뛰어난 스승의 부재와 이로부터 비롯된 수행에 대한 확신 부재, 일정 경지에 오른 뒤 수행을 놓아버리기 때문에 점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역사에서 모든 종교가 타락할 때 성전은 커졌다고 말한 스님은 “사찰보다 진리와 법이 살아야 하는데 오히려 모든 종교에서 성직자가 많아지고 성전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한국 불교의 미래는 불안하다”고 진단했다.

스님은 재가자들에 대해 “이 스님 저 스님 찾아다니는 ‘철새 재가자들'도 많고 스님들을 저울하고 난도질하기도 한다”며 “무엇보다 겸손하고 팔정도와 정견을 갖출 수 있도록 경ㆍ론ㆍ소를 읽으며 공부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전(靑典) 스님은 1953년생으로 1972년 전주교대 재학 중 자퇴하고 73년 대건신학대(현 광주가톨릭대)로 편입학했다. 1977년 송광사에서 출가 후 1987년 남방불교와 티베트불교 수행을 위해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 수행처를 방문하다 인도에서 달라이라마와 만난 후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지금까지 달라이라마를 시봉하면서 수행하고 있다. 스승 텐진 갸초(달라이라마(에게 받은 법명은 텐진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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