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전문 스님 상주하고 맞춤형 기도와 독경 해줘요”저는 몽골 남동부에 위치한 데친 초인 린(Dechinchoinhorlin) 사원의 주지 볼로렌 차치도르(42, Bolorerdene janchivdorj) 스님입니다. 1991년 13살 때 출가를 했습니다. 가족 중에 누구도 저에게 스님이 되라고 권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친할아버지가 스님이었기 때문에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목탁소리를 듣고 자랐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얼굴을 뵌 적은 없습니다. 마을 어른들의 존경을 받았던 유명한 스님이었다고
風雲처럼 살며충의 다했던 휴정 스님초발심 흔적 곳곳에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 왜적의 침입으로 조선의 국운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이자 수많은 백성이 의병을 일으켜 왜적에 맞서 싸웠다. 특히 ‘불살생(不殺生)’ 계를 어기면서까지 분연히 일어섰던 의승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 바로 서산대사(西山大師)로 잘 알려진 청허당(淸虛堂) 휴정(休靜, 1520∼1604) 스님이다. 휴정 스님이 삭발염의한 지리산 자락 하동에는 서산대사길(지리산 옛길)이 만들어져 있다. 머리는 희게 세었지만 마음은 세지 않았다고옛사람이 일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라는 듯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었다. 우리는 몬테 수바시오(Monte Subasio) 중턱 791미터에 있는 카르체리 은둔소(Eremo delle Carceri)를 향했다. 묵상하며 걸었다. 풀과 나무와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환희심이 가득한데 새소리는 귀를 간질이고, 이른 시간인지라 나무향기마저 허파 저 깊이 차곡차곡 쌓인다.프란치스코 성인은 여기서 묵상하고 기도했다. 수도원 앞에는 우물이 있고, 입구 문 위쪽으로는 둥그런 방패에 ‘예수님의 거룩한 이름’을 뜻하는 상징이 조각돼 있다. 성인이 머물렀다
올봄 벚나무 화기(花期)는 유난히 길었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의 방음둑에 길게 줄지어 선 벚나무들도 열흘 넘게 꽃구름을 드리워 주었습니다. 벚꽃은 거의 안쓰러움의 대상이 되곤 했었지요. 봄날 얄궂은 날씨 탓에 꽃잎을 터뜨리자마자 폭설처럼 속절없이 져야 했던 해가 다반사였으니까요. 그런데 올해는 벚나무의 그 화사한 꽃들이 사람들의 눈시울 위에 열흘도 넘게 둥두렷이 머물렀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알아채셨겠지요? 그렇습니다.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병인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여느 해와 달리 여러 날 꽃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esman)은 내면의 고립감으로 대중 속에서 홀로 번민하는 사람을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이라 불렀다. ‘고독한 군중’은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겉으로는 밝고 긍정적인 행동을 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불안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명상’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명상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어플) ‘코끼리’를 소개한다.다니엘 튜더의
코로나19로 세상이 흉흉하다. 딱히 갈 만한 곳도 없고 해서 주말농장을 찾았다. 굼실굼실 부풀어 오르는 흙을 보면 절로 호미가 잡고 싶어진다. 아홉 평 채마밭에 나를 격리시키다 보면 꽃도 새도 꼼지락거리는 땅강아지 한 마리도 새롭게 보인다. 가쟁이 같은 햇살을 타고 고물고물 일어서는 생명들이 경이롭다. 이랑을 만들고 열무씨앗을 묻는데 아까부터 한 무리의 개들이 나를 보고 서있다. 개구쟁이들처럼 무리지어 밭두렁을 쏘다니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곤 한다. 생긴 모양들이 모두가 다르다. 복실이도 있고 껑충이도 있고 푸들이도 있고 발바리도
이른 봄의 가뭄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중촌 건너편의 보리밭에서 혼자 김을 매고 북을 주고(흙 돋움) 있었다. 겨울을 견디며 자란 보리밭이었다. 바람이 건듯 불면 먼지가 보얗게 날았다.‘아제’라고 부르던 머슴이 제 집으로 돌아간 다음 다른 머슴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작은 집의 아기들도 다 자랐으므로 순이도 제 집으로 돌아갔다.중촌마을에는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김 수확에서 장원을 했다고 소문난 집 노모의 회갑잔치였다. 중촌마을 사람들은 술에 취하여 북장구를 치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는 그 잔치에 가지 않았다.
‘無’자 화두로 한평생 정진선도회 조직, 입실점검 전통 세워함흥의 갑부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성장했던 종달(宗達) 이희익(李喜益, 1905~1990) 선사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대학 철학과를 수료한 후 귀국해 함남일보사 기자를 거쳐 〈조선불교〉 잡지사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불교 관련 원고 교정을 보다가 특히 선(禪)에 매료돼 1928년 선지(禪旨)에 밝았던 편집장 삼소(三笑) 나까무라 겐타로(中村健太郞, 1883~?)의 인도로 일본 임제종 남선사파(南禪寺派)의 조실(祖室)과 묘심사파(妙心寺派) 경성별원 주지를 겸했던 화산대
영국 식민지배 때부터 홍차 재배타밀족 여인 땀과 눈물로 일궈내‘동양의 진주’로 불리는 스리랑카는 해상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인도양 한 가운데 눈물방울처럼 떨어져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인도양의 눈물’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별칭은 일찍이 유럽 열강의 침입을 받았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 아름다운 섬나라를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실론티(Ceylon Tea)’다. 홍차의 나라로 불리는 스리랑카의 차밭으로 떠나보자.스리랑카는 1505년부터 약 440년 간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 등 유럽 열강의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다.사고 방식과 삶의 방식이 마치 한 사람인 듯 동일해 결속이 강하다는 표현이다. 팔천 겁의 인연으로 만난 부부는 한평생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이불을 덮고 살아간다. 그 중에는 〈화엄경〉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구도자 선재동자처럼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이들이 있다. 이웃을 53 선지식으로 대하는 세 부부를 만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돕는 즐거움 푹 빠져행복한 노후 보내요.”호반의 도시, 춘천
22년째 날마다 무주상보시“보시는 우리 부부의 수행”‘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듯이 무언가 결심하고 오랜 기간 지속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신행과 수행도 마찬가지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초심을 잃고 결심이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365일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시와 수행을 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동명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백진구(59)·윤선주(57) 씨다. 매일아침 30여 곳 후원백진구·윤선주 씨 부부는 ‘신묘장구대다라니’ 사경과 108배로 아침을 연다. 매일아
“채식빵으로 후원 시작해고아청소년 자립 돕고 싶어요.”문동진(35)·이소리(34) 씨 부부가 운영하는 ‘더브레드블루 신촌점’은 서울 신촌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흰색 벽면과 통유리로 된 깔끔한 빵집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진열된 빵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에 군침이 돈다. ‘더브레드블루’는 달걀·우유·고기·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통밀·견과류·호밀 등 식물성 재료와 천연발효종을 사용해 만드는 비건(Vegan, 완전채식) 베이커리다. 요즘 온·오프라인에서 채식은 물론 채식을 하지 않는
우리가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이 행성을 ‘지구(地球)’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땅 위에서 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행성의 전체 모습을 살펴보면 ‘수구(水球)’라고 불러야 마땅하지 싶습니다. 지구 표면의 71%가 바다거든요. 우주에서 바라보면 이 지구는 푸른색을 띈다고 합니다. 이 행성의 표면에 있는 그 많은 물 때문에 푸른색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결국 지구에서 육지 면적은 셋 중 하나도 안 되는 셈입니다.그런데 지구 전체 면적 가운데 고작 29%밖에 안 되는 육지. 이 육지 면적의 10%가 또
캄보디아를 떠올릴 때는 현대사의 비극으로 불리는 킬링필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폴 포트 정권은 1975년부터 4년간 약 200만 명의 국민을 죽였다. 이 사건으로 캄보디아는 수많은 지식인과 기술자를 잃어 산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크게 퇴보해 인접국보다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캄보디아인들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하다. 크메르 제국은 동남아시아를 지배했고, 그 강맹했던 선조들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앙코르 유적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95%가 불교 신자인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을 찾아간다.
중국 송나라 때 선사인 무문혜개 스님의 책 〈무문관〉에서 어떤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이렇게 물었지요.“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그러자 조주 스님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합니다.“없습니다(無).”보통 사람은 이런 대답을 들으면 ‘어? 모든 생명체에게는 불성이 있다고 들었는데, 없다고 하니, 그럼 뭐지?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라고 궁금해 합니다. 사실 조주 스님의 ‘없다(無)’라는 대답은 ‘있다(有)’의 상대적인 차원에서 ‘없다(無)’를 말하는 건 아니지요.그런데 우리 개의 입장에서는 이 공안을 들을 때마다 조금 다
멸종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제주도에서 온 돌고래라는 뜻)’는 2009년 5월 제주 서귀포시 신풍리 연안에서 우연히 그물에 걸려 이듬해 ‘돌고래 쇼’ 공연업체에 팔렸다.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좁은 수족관과 공연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재롱을 강요당했던 제돌이는 우여곡절 끝에 5년 2개월 만인 2013년 7월, 친구들이 있는 바다로 방류된다. 이번 호 ‘세상의 주인공’은 이 과정에서 제돌이를 돌봤던 서울대공원 선주동(37) 사육사다. 선주동 사육사의 고향은 강원도 양양이다. 그는 일곱 살이 되던
“초의선사 다선일미시방세계 번뇌망상모두 씻겨주네”우리나라 차(茶)의 역사는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듯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와 왕실을 중심으로 발전된 차 문화는 고려와 조선을 거쳐 현대로 이어졌다. 특히 조선 후기 승려인 초의선사는 40여 년 간 해남 두륜산에 일지암을 짓고 주석하며 한국 차 문화를 재정립했다. 두륜산 케이블카 주차장에서 일지암까지 이어진 ‘다도의 길’을 걸으며 다성(茶聖) 초의선사의 ‘다선일미(茶禪一味)’ 사상을 되새겼다.초의의순(草衣意恂, 1786~1866)선사는 15세 때 나주 운흥사(雲興寺)에서 출
현대의학에서는 인간을 분자 → 세포 → 조직 → 장기 등으로 구성된 육체적 존재로 봅니다. 그러나 양자의학에서는 인간이 3중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3중 구조’는 먼저 현대의학의 관점과 같은 ‘육체’이고, 두 번째는 육체에 중첩되어 있으나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파동구조(지난 호 참조)’이며, 세 번째 역시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마음’ 등을 말합니다.서양과학 “마음은 뇌에서 생성된다”인간의 3중 구조에서 ‘마음’은 육체와 독립된 실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실체로서
‘퇴튜던트’는 ‘퇴근’과 ‘Student(학생)’의 합성어로, ‘퇴근 후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다. 낮에는 직장인이나, 프리랜서, 자영업자로 생업에 종사하고, 저녁에는 불교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하는 퇴튜던트 네 명을 만났다. 고유정 한복 디자이너(전주 전북불교대학), 강은수 과외교사(서울 금강불교대학), 전혜수 회사원(정토불교대학), 강보미 회사원(분당 대광사 명상상담대학)이다. 그들의 삶과 불교, 공부에 대한 열정을 들어봤다.“불교공부는‘참나’ 찾아가는 순례”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북불교대학에서 불교 공부를 이어가고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명상상담대학 덕분에 풀었죠!”(재)도서문화재단 씨앗에 근무하고 있는 강보미(38) 씨는 현재 분당 대광사 명상상담대학 전문반(야간)에 재학 중이다. 대광사 명상상담대학은 기본·심화·전문반 등 3년 교육과정으로 학년을 수료해야 다음 학년에 진학할 수 있다. 2018년 봄, 4기로 입학한 강 씨는 올해 마지막 학년을 남겨두고 있다. 모집 현수막 보고 입학강보미 씨는 부산이 고향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천태종 삼광사를 다녔다. 방학 때마다 빠지지 않고 ‘삼광사 어린이 여름·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