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찬불가 만들어보라”

이종만의 이달의 찬불가(272호)

2018-05-24     이종만

월주 스님 격려·지원 힘입어 탄생

5월의 하늘이 푸르다. 완연한 봄기운에 녹음이 짙어가고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이 만발하듯 내 마음도 춤을 춘다. 엊그제 다녀온 깊은 산 인연의 절에도 연등이 손님맞이 손짓을 하던데, 오늘 저녁 종로의 퇴근길에도 오색 빛 가로 연등이 환희의 축제를 예고하는 듯하다.

연등회.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여 전국적으로 연등축제가 열린다. 이제는 서울 · 부산 · 대전 · 대구 · 광주 등 대도시를 비롯하여 전국의 각 지역마다 초파일 기념행사를 치르는데, 연등축제 역시 모두의 축제로서 확연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오신날
온갖 꽃 피어나는 만 생명 축복의 날
오늘은 기쁜 날 님께서 오신 날
별 담은 새벽이슬 연꽃이 피는 날

언제부턴가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고, 연등축제가 시작되면 테마송처럼 울려 퍼지는 ‘오늘은 좋은 날’(황학현 작사/이종만 작곡). 이 노래가 첫 선을 보인 무대는 1996년 연등축제 회향한마당이었다. 더 정확히 기억하자면 그 날의 무대 위치는 지금 조계사 부근에 위치한 우정국로 특설무대이다. 지금의 연등축제와는 많이 다른(?), 어쩌면 소박하지만 더 열정적인 공연이었고, 함께하였던 불자님들과 시민 관객들의 폭발적인 요청으로 서너 번 같은 노래 앵콜 ‘오늘은 좋은 날’을 외쳐대던 밤으로 기억한다.

그날 밤의 감동이 진해서인지 연등축제 관련하여 많은 분들이 대중적인 불교행사에 큰 관심과 박수를 보내게 되었으며, 불교행사의 역동성 · 다양성 등과 함께 불교음악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있어 대중성에 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게 되었다.

역시 새로움이란 것, 대중적이라는 것, 즐겁고 신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이었다. 기존의 불교음악, 찬불가에서 대중적인 빠른 템포의 댄스풍 찬불가의 발전적 출현은 많은 분들에게 큰 관심과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훗날 많은 분들이 ‘오늘은 좋은 날’, ‘길 떠나자’ 이후의 찬불가를 또 하나의 찬불가 시대, 대중적인 찬불가 운동으로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다. 이후 연등축제 음악의 새로운 장르 개발이라는 장을 열게 되는데도 이 이야기가 함께 한다.

그 당시, 지금보다는 훨씬 활성화 되었던 불교청년회, 대학생회, 중 · 고등학생회 등 젊은 불자님들이 열심히 불러주던 ‘길 떠나자’라는 노래가 씨앗이 되었다. 시대적인 상황에서의 욕구랄까? 갈증이랄까? 대중적인 찬불가의 등장을 기다리던 젊은이들의 정서와 잘 부합되었던 이 노래가 담장을 넘어 어른 스님들에게도 소개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 어느 날, 연등축제를 준비하는 단체(지금은 연등회보존회)에서 연락이 왔고, 급기야 종단 어른스님들께서 뵙기를 청하니 모월 모일 깔끔한 복장으로 오라는 연락을 해왔다. (당시 필자의 주 복장은 늘 청바지였음)해서 나름 차려입은 복장으로 찾아갔더니 나를 안내한 곳은 총무원장 스님을 뵙는 자리였다. 예나 지금이나 총무원장 스님들을 친견한다는 것은 긴장하고 어려운 자리인데, 느닷없이 총무원장 스님을 뵙게 된다는 말씀에 이만저만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시간이 되어서 총무원장 스님의 집무실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깜짝 놀랄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도 잊지 못할 기억은, 방안엔 그 당시 총무원장이신 월주 스님과 몇 분 스님들이 계셨는데 ‘길 떠나자’ 노래가 오디오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있었고, 스님들께서 즐겁게 음악을 들으시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리곤 간단한 인사와 함께 내게 하명하신 월주 스님의 한 말씀.

“좋아요. 부처님오신날을 위해 신나는 노래 한 번 만들어 보세요. 손뼉도 치고 춤도 추고 ……. 하하하!!”

이후 긴장이 되고 흥분되어 어찌 그 방을 나왔는지, 어찌 그 밤을 보냈는지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날부터 뜨거운 마음으로 ‘오늘은 좋은 날’ 여섯 글자와의 씨름을 시작하였다.

모든 창작이 그러하듯이, 곡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연등축제를 준비하는 친구들과는 원고마감처럼 시한이 있었고, 잡히지 않는 곡(曲) 테마와 황학현 선생의 노랫말은 좀처럼 넘어오질 않았다.

하지만 대중불교를 표방하시는 어른 스님의 원력이랄까? 나름의 정성이랄까? 한참이나 뜸을 들이고 애를 태우더니 노래의 뼈대가 가슴에 들어와 앉았다. ‘오늘은 좋은 날’. 여섯 글자에 콩나물 테마가 잡히면서 노래는 춤을 추었고, 사운드는 결정되어 갔다. 황선생의 노랫말도 자리를 잡아갔고 노래를 부를 친구도 인연이 되었다. 역시나 막판 마감시한을 앞둔 작업은 일사천리로 모두에게 막힘없는 힘을 내게 하였다.

그리고 완성된 노래 ‘오늘은 좋은 날’. 다행스럽게도 어른 스님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만족해 하셨고. 당시 메이저 레이블이였던 D레코드회사에서도 CD 출반에 적극 도움을 주었다.

지금 들어도 생생한 열정과 감흥이 느껴지는 ‘오늘은 좋은 날’ 첫 원곡 음원. 물론 창작자의 뿌듯함과 애정이 더해졌다고 하지만, 다양한 버전의 많은 가수들의 노래 중에서도 맨 처음 녹음했던 가수 황성호의 버전이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곡이 발표된 지 어언 20년이 흘렀다. 올해도 멋지게 준비되고 아름답게 펼쳐질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 여기저기 축제마당에서 불려질 ‘오늘은 좋은 날’의 2탄, 3탄 등 많은 노래들이 이후 발표되었고, 연등축제 노래집 CD도 출시되었다.

매년 목 놓아 열심히 부르는 부처님의 노래, 찬불가. 대중불교를 힘주어 강조하셨던 어른 스님들의 원력처럼, 그날 그 밤, 서너 차례 앵콜을 외쳐대던 관객들의 뜨거운 신심처럼 2018 오월의 푸른 하늘에도 신바람 나는 찬불가가 메아리치길 기대해 본다.

KOMCA(한국음악저작권협회) 승인필.

 

 

이종만

 

싱어송 라이터로 노래와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1995년 찬불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좋은 벗 풍경소리’를 창단해 현재까지 찬불가 제작 및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불교음악인이다. 현재 좋은 벗 풍경소리 대표, 뉴트리팝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지휘, 조계사 회화나무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다. 대표곡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장돌뱅이’, ‘오늘은 좋은날’, ‘길 떠나자’, ‘좋은 인연’, ‘너와 나’를 비롯해 많은 곡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