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은 여성의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여성들이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인 장치들이 점차 개선되어가고 있으며 의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서 볼 때 한국불교 내에서 여성불자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불교가 전래된 지 1600여년의 세월 동안 한국여성불자들은 지극한 신심과 원력으로 불교를 외호하고 지탱해온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불교교단과 사찰은 한국불교를 떠받치고 있는 힘인 여성불자들을 위해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모색하는 것에는 인색했다.

  다행히 2000년 11월에 여성불자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한 불교여성개발원이 창립되었다. 불교여성개발원은 조계종단의 여성연구·교육기관으로 불교여성지도자를 발굴 육성하고 여성리더십교육, 양성평등교육, 혼인준비교실 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인재 양성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쳐 왔지만 아직도 여성불교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여전히 불교교단 내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가부장적 요소가 존재하며, 여성들 스스로 불교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신앙의 내용이 기복적인 것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복은 종교의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나 이제는 나와 내 가족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웃과 사회로 넓혀나가야 한다.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가 계속 늘어나고 역할이 다양화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제 여성불자들도 교단이나 사찰 내에서 소극적이고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자로서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자비로운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사회 참여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한다.

  교단이나 사찰도 여성불자의 다양한 욕구와 잠재된 능력을 무시하고 이전의 소극적인 역할에 한정시킨다면 젊고 능력 있는 인재를 더 이상 불교로 끌어들일 수 없을 것이다. 불교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대중의 삶과 함께 하는 생활 속의 불교가 되지 못한다면 진정 불교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해 봐야한다.

  불교의 외호의 주역으로서, 사찰의 주 고객으로서 여성불자들에 대한 교단과 사찰의 관심과 배려가 진정으로 필요한 때이다. 여성불자들은 교육과 사회봉사에 관심이 많다(불교여성개발원 설문조사 보고서 2004년 7월). 이제 여성불자들을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고객의 요구를 분석하고 서비스하려는 사찰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실제 생활과 연결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및 수행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여성불자들이 불교를 바르게 믿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불자 스스로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여성은 부드러움과 섬세함, 남을 배려하는 마음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탄압 받고 힘들었던 조선시대의 불교를 외호해 지탱해왔듯이 앞으로도 한국불교는 여성이 힘이 곧 경쟁력이며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여성불자들이 가정이나 교단, 사회에서 당당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교단, 사찰, 단체, 여성불자,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꾸준하게 끈기를 가지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자. 그리고 끈기를 가지고 지켜보는 여유도 가지자. 여성의 자비와 지혜로 세상을 보살필 수 있도록 여성들이여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보자!

이 화(불교여성개발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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