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초월한 스님·신부의 ‘마음챙김’ 대화
브라이언 피어스 저·박문성 역/불광출판사/22,000원

1300년대에 활동한 독일 출신 신부와 현대 베트남 출신 고승의 가르침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 깨어있음〉은 두 영성가로부터 종교적 영감을 받은 그리스도교 도미니코수도회 소속 신부가 쓴 ‘영성’·‘마음챙김’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2005년에 출간됐으며, 2021년 말 한글로 번역·출간됐다.

저자는 월시가 번역·편집한 에크하르트 신부의 〈설교와 강설〉, 틱 낫한(저자는 ‘태이’로 표현) 스님의 저서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예수〉·〈귀향〉을 기본 자료로 삼아 종교 간 대화를 시도했다.

틱 낫한 스님과 에크하르트 신부는 저자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영성가다. 에크하르트 신부는 저자가 속한 도미니코수도회 출신이다. 에크하르트 신부는 독일 호크아임에서 출생해 스무 살이 되기 전 도미니코수도회에 입회해 당시 위대한 신학자로 손꼽히던 토마스 아퀴나스와 대 알베르투스를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했다. 예리한 지적능력을 지닌 에크하르트 신부는 일찍이 ‘마이스터’ 호칭을 얻었다. 선천적으로 신비체험과 내적통찰에 열려 있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방대한 영성적 가르침이 담긴 설교를 했다고 한다.

틱 낫한 스님은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사찰 녹야원에 저자를 초청해 동안거 수행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태이 및 그의 수행 공동체와 만나서 마음챙김 수행을 한 것은 내게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었다.”며 “그리고 그것은 나로 하여금 전혀 뜻밖의 방식으로 에크하르트와 대면하게 해주었다. 태이라는 한 사람을 통해 나는 경애하는 두 스승의 발치에 앉아 그들의 가르침을 온 마음으로 음미하는 큰 기쁨을 맛보았다.”고 말했다.

저자는 틱 낫한 스님을 만나 이후 ‘영성 수련’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마주했으며,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지닌 영성수련과 통찰력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불교의 마음챙김 수행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 하느님 나라는 오직 지금 뿐임을 깨닫는다.

저자는 △관대함 △마음챙김과 영원한 현재 △성령의 숨결 △물과 물결 △예수와 하느님 △그리스도 △고통 △고통에서 오는 연민 △십자가라는 나무 △활짝 피어오른 사랑 △맺음말(여정과 발우)을 통해 종교 간 대화를 시도했다.

종교가 다른 두 영성가의 견해는 분명 차이가 있음에도, 책 전반에 흐르는 두 종교의 어울림은 자신과 다른 것에 마음을 여는 ‘관대함’ 때문이다. ‘관대함’에서 시작한 책 내용은 ‘사랑’으로 끝을 맺는다. 두 영성가의 지혜와 깨달음이 담긴 종교 간 대화는 분열과 다툼, 갈등 등으로 메말라가는 현대사회를 치유하는 길잡이로 충분해 보인다.

역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신부로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인이 가진 종교적 심성의 뿌리를 이해하고자 1998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인도철학과 학부에 편입했다. 2007년 논문 〈‘깨달음 달의 출현’의 해탈관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서로 15년 간 번역해 완성한 〈산스트리트어 통사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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