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번역하고 제자가 정리한 〈법화경〉 독송집
광우 스님 옮김·정목 스님 정리/김영사/26,000원

대승경전으로 꼽히는 〈묘법연화경〉은 다양한 불교 이론을 통합한 경전으로 ‘경 중의 왕’이라 일컬어진다. 〈법화경〉의 여러 번역본 중에서도 운율이 잘 맞고 뜻이 명료해 널리 사랑받았던 광우 스님(1925~2019)의 번역본을 제자인 정목 스님이 정리해 출간했다.

부처가 ‘가장 깊은 것이어서 맨 끝으로 설한다.’고 밝힌 〈법화경〉은 일불승(一佛乘) 본래성불(本來成佛)과 같은 핵심교리에 집중해 세부적 방법 차이로 분열돼 있던 각 종파의 수행을 조화롭게 종합한다. 예로, 수행의 결실을 회향하고 모든 이가 해탈할 때까지 열반을 미루는 〈법화경〉 속 보살은 초기불교 수행의 최고 단계인 ‘아라한’과 대승불교의 이상형 ‘보살’의 모습을 함께 갖추고 있다.

〈법화경〉은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야 할 평등과 상생의 가치 또한 전한다. 전통적으로 성불할 수 없다고 여겨진 여성의 성불 장면을 담은 이 경은 ‘남자다 여자다 분별하지 말며, 닦고 배우면 다 마땅히 부처를 이룰 것’이라고 설한다.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 또한 특출하다. ‘불타는 집에서 세 아들을 구해낸 아버지 이야기’와 ‘보배구슬을 지닌 줄 모른 채 세간을 떠돌며 고생한 자의 이야기’ 등은 경을 읽는 모든 중생이 그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설득한다. 이 과정에서 불자(佛子)와 화택(火宅)같은 익숙한 불교의 주요 용어가 처음 소개된다.

부처는 중생들에게 ‘변변치 않은 빛깔·소리·맛·감촉을 탐하여’ 화택에 있기를 그만두라고 설하며 〈법화경〉을 통한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경을 읽고 베껴 쓰는 데 정진해 감각기관을 깨끗이 하고 화택에서 벗어나 불성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이처럼 〈법화경〉은 어떻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관한 실용적 해법일 뿐 아니라, 고통의 근원이 무엇이고 우리가 왜 화택에 즐겨 있는지를 설하며 고통에 얽혀있는 중생의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한다.

정목 스님은 책을 출간하며 “은사인 광우 스님께서 입적하신 뒤 스님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우연치 않게 스님께서 번역하신 이 경전을 회갑이 되는 해에 내시겠다고 적어놓은 후기를 발견했는데, 저 또한 〈법화경〉을 독송용으로 재출간하겠다는 생각을 일으킨 때가 회갑년”이라며 “여러 스님들께서 제 은사 스님의 〈법화경〉 번역본이 독송하기 좋다 하시던 말씀들과 실제로 기도 독송용으로 활용되는 광우 스님의 번역본을 보며, 시대에 맞게 문장을 손질하고 읽기 편하도록 다듬어 세상에 다시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정목 스님은 〈법화경〉을 누구나 쉽게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상좌와 함께 거듭 독송하며 전문을 손질했다. 뜻이 보다 분명히 드러나도록 운율과 의미를 고려해 문장을 다듬고 원뜻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한자어를 우리말로 풀었다. 또 노년층도 편히 독송할 수 있도록 글자 크기를 키우되 휴대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일반 단행본 크기에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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