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앓은 대현 스님 유고집
대현 스님/올리브나무/15,000원

대현 스님은 2020년 지리산 정각사 죽림선원에서 정진하던 중 만성폐렴을 진단받은 후 병마와 싸우는 대신 단식 수행으로 열반의 길을 선택했다.

스님은 단식 수행을 하기 전 독한 약을 아침ㆍ저녁으로 두 번 복용해야 했지만, 위장이 뒤집힐 듯하고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여서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약을 끊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고 의사에게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폐에 석화현상이 와서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체중이 점점 줄어들어 이삼 년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입니다.”

100세 시대에 스님은 이제 겨우 세수 75세였지만,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고는 어떻게 해야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고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삼십대의 젊은 날 단식 수행을 한 적이 있는 스님은 ‘꿈을 꾸어도 꿈속의 희로애락에 빠져들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저녁부터 눈을 뜨는 아침까지 화두의정이 끊임없이 어어졌던’ 경험을 떠올렸다.

스님은 마침내 단식 수행으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다. 부처님의 마지막 가신 길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었던 스님은 〈대반열반경〉을 통해 부처님의 삶과 수행에 대해 공부하고, 다른 경전들을 참고해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정리한다. 이후 출판사 관계자를 만나 스님이 정리한 불경의 대의와 함께 장차 기록으로 남길 ‘단식 수행을 통한 열반의 길’을 한데 엮어 입적 이후 49재 이전에 책으로 출간해 줄 것을 유언한다.

영정 사진과 수의까지 손수 준비해 놓은 스님은 지난해 8월 25일 단식을 시작해 29일 만인 9월 22일 오후 3시 무렵 입적했다.

책은 △병을 얻다 △부처님의 마지막 발자취 △참회, 그리고 마무리 준비 △단식 수행, 그리고 열반을 향하여 △고별사 △안거 경력 등으로 구성됐다.

대현 스님은 고별사에서 “병원 중환자실에 의식 없는 환자가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링거액으로 영양분을 공급받아 숨만 쉬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옛날 도인들은 앉아 죽고, 서서 죽고, 미리 날짜를 정해놓고 죽고, 죽기를 마음대로 했다. 지금 더 살려고 버둥댄다면 그것은 생에 대한 애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생에 대한 애착은 윤회의 씨앗이 된다. 나는 그 윤회의 씨앗인 애착을 버리고자 한다.”며 “좀 힘이 남아 있고 정신이 또렷할 때 단식을 하면서 마지막 정진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저자 대현(大玄) 스님은 1968년 백양사로 출가, 강진 백련사에서 남산정일 선사를 은사로 득도했다. 1975년 인천 용화사 법보선원에서 안거 후 제방선원에서 50안거를 성만했다.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반야사 등에서 강설하고, 그 내용을 〈위빠간화선 강설〉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저서로는 〈선승의 길〉, 〈선을 배우는 길〉, 〈깨침 아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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