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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승려 장인이 만든 ‘불교미술 르네상스’ 한 자리에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 개최
내년 3월 6일까지, ‘송광사 화엄경변상도’ 등 145건
제4부에 전시된 조선 후기 불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의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

승려 장인은 불교의 신앙 대상, 건물, 불구 또는 장엄물 등을 만드는 전문 기술을 갖춘 출가승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조선 후기의 조각승만 1,000여 명, 화승은 2,400여 명에 이른다. 수많은 승려 장인이 활약했던 조선시대는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르네상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의 승려 장인과 이들이 만들어낸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그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12월 7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조성한 승려 장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을 연다.

이번 특별전은 국내외 27개 기관의 협조를 받아 국보 2건, 보물 13건, 시도유형문화재 5건 등 총 145건을 출품하는 대규모 조선시대 불교미술전이다. 여기에는 15개 사찰 출품작 54건이 포함됐으며, 전시된 작품의 제작에 관여한 승려 장인만 모두 366명이다.

특히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에 활동한 조각승 단응 스님이 1684년에 불상과 불화를 결합해 만든 보물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은 이번 전시를 위해 337년 만에 처음으로 사찰 밖으로 나왔다. 아울러 붓의 신선으로 불렸던 18세기 전반의 화승 의겸 스님이 1729년에 그린 보물 ‘해인사 영산회상도’, 18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화승 화련 스님이 1770년에 그린 국보 ‘송광사 화엄경변상도’도 서울에서는 처음 선보인다.

그동안 조선시대에는 불교를 억압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정책으로 인해 불교가 쇠퇴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때문에 이 시기의 불교미술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조선시대, 특히 임진왜란 이후의 조선 후기에 불교미술은 활발히 제작됐으며, 현재 전국 사찰에는 이때 만든 수많은 불상과 불화가 전한다. 그중에는 다채롭고 화려하며 수준 높은 작품 또한 적지 않다. 이는 승려 장인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여러 분야의 승려 장인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신앙의 대상인 부처를 형상화하는 조각승과 화승이 중심이 되었다.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으로 협력하여 불상과 불화를 조성했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으며 기술을 전수했다.

조선의 승려 장인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승려 장인은 누구인가’에서는 종교미술 제작자로서 일반 장인과 구별되는 승려 장인의 성격을 살핀다. 영주 흑석사 소장 국보 ‘법천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도화서 화원 또는 관청 소속 장인이 제작한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달리 보물 ‘목조비로자나여래좌상’은 1622년 조각승 현진 스님을 비롯한 승려 장인들이 협업해 만든 기념비적인 상으로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제작방식과 특징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중국 불화 및 일본 불상의 제작자와 비교해 승려 장인이 공동으로 불상과 불화를 만든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조선 불교미술의 특징이다.

제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에서는 ‘화승의 스튜디오’와 ‘조각승의 스튜디오’를 연출해 승려 장인의 공방과 작업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1775년 작 보물 ‘통도사 팔상도’ 4점과 밑그림에 해당하는 초본을 나란히 전시해 스케치가 불화로 완성되기까지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컴퓨터 단층 촬영을 이용한 영상을 통해 불화 초본과 목조불상의 내부 구조도 볼 수 있다.

제3부 ‘그들이 꿈꾼 세계’에서는 대표 조각승과 화승의 중요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단응 스님이 만든 ‘마곡사 영산전 목조석가여래좌상’(1681년)과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1684년), 의겸 스님이 그린 ‘해인사 영산회상도’(1729년), 신겸 스님의 ‘고운사 사십이수관음보살도’(1828년) 등이 선보인다.

제4부 ‘승려 장인을 기억하며’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포함한 조선 후기 불보살상 7점과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작품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를 함께 전시한다.

아울러 통도사 방장인 중봉 성파 대종사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불교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시킬 수 있다. 도입부 영상 ‘손으로부터’는 나무와 돌, 비단과 삼베 같은 평범한 재료가 승려 장인의 손끝에서 불상과 불화로 완성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제3부의 실감 영상 ‘화엄의 바다’는 어렵고 복잡한 내용의 ‘송광사 화엄경변상도’를 선재동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알기 쉽게 풀어냈다. 또한 검색 키오스크를 설치해 전시에 출품되지 않은 여러 승려 장인의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게 했다.

민병찬 관장은 6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이번 전시가 수백 년 전 승려 장인들이 수행과 노력으로 이룩한 값진 결과물들의 중요성을 재인식 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3부에서 선보이는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과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제2부에서는 통도사 팔상도와 초본을 나란히 전시해 스케치가 불화로 완성되기까지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제3부의 실감 영상 ‘화엄의 바다’에서는 어렵고 복잡한 내용의 ‘송광사 화엄경변상도’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2월 6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현선 기자  honson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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