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복지사상 깃든
예방복지 통해서

코로나19로 야기된 실직과 소득 단절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분배가 필요하다. 정치권은 그 분배를 위해 재난지원금이란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위드코로나로 감염병시대가 장기화되면 자본의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근로에 의해 발생하는 자본은 경쟁이 아닌 삶의 가치 실현의 권리로서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자 랜덜 레이(L. Randall Wray)가 주장한 일자리보장제를 주목하게 된다.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경쟁에 의한 노동시장 외에 공공시민노동, 즉 현재의 조건과 능력에서 그 활동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물질적·정신적·정서적 삶에 기여하면 근로로서 인정되어 소득이 발생하는 생활임금을 받아들여야 한다.

공공시민노동으로 일자리가 보장되면 당당한 급여이기에 기분 좋은 소득이 된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외면하는 중증장애인의 생존을 위한 노력이 노동으로 해석되어 다양한 급여를 받는 근로자가 되면 장애인의 삶의 질은 확실히 향상될 것이다.

경제학자 파블리나 R. 체르네바는 저서 〈일자리보장〉에서 “4차산업으로 일자리는 줄어들지만 일거리 자체가 감소하지는 않는다.”며 “새로운 일거리는 문화예술활동과 돌봄서비스 분야”라고 하였다. 따라서 문화예술도 아주 훌륭한 직업이 되며,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는 일거리를 창출해주는 아주 귀한 일자리 제공자가 될 것이다.

이런 사회 변화를 읽지 못해 문화예술을 쓸모없는 활동으로 생각하고 사회적 약자를 세금만 축내는 무가치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이제 복지는 사후 처방이 아닌 사전 예방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예방복지 개념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자영업자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자영업자의 일거리인 먹고, 마시고, 노는 일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사람이 와야 소득이 발생하는 장사, 그것도 거리를 두면 한두 테이블 밖에 받을 수 없는 소상공인은 생존권에 위협을 받았다. 예방복지는 자영업자들이 빚더미에 앉지 않도록,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소득을 보존해주었어야 한다. 돈을 벌게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빚을 지게 하지는 말았어야 한다. 복지는 문제가 발생한 후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 원인을 차단하여 미리 예방하는 것이 훨씬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

예방복지의 이념은 불교의 복지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불교의 자비·보은·평등·보살사상인데 자비는 고통을 제거해줄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중생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에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에게 기꺼이 나누어주어야 하며 그 나눔은 베품이 아니라 갚음이라는 보은이어서 낙인감 없이 기분 좋게 받을 수 있다. 이 모든 실천의 근원은 보살사상으로 위로는 깨달음을 얻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上求菩提 下化衆生] 불교복지야말로 아주 이상적인 예방복지이다. 고통을 없애주고 기쁨을 주는 예방복지로 어려운 경제 때문에 꽉 막혀있는 우리 사회를 다시 소생(疏生)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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