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여 년 전 원효 스님의 마음
이지현/불광출판사/15,000원

간밤에 달게 마신 물이 알고 보니 해골에 고인 물이었음을 알고 깨달았다는, 이른바 ‘해골 물’ 일화로 잘 알려진 원효(617~686) 스님. 그런데 이 일화가 뜻하는 바를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헌법학자인 이지현 작가는 원효 스님의 〈판비량론〉을 탐독한 뒤 충격을 받았다. 〈판비량론〉은 원효 스님이 당대의 고승 현장 법사의 논리를 비판하며, 인간의 심신을 치밀한 논증 방식으로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책을 읽은 뒤 원효 스님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승가에서 속세로, 지아비이자 자식을 낳은 평범한 거사로, 거지들 속으로 들어간 원효 스님의 파계가 당연한 선택이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논리와 이성을 중시하는 법학자로서 바라본 원효 스님은 만법의 이치, 즉 깨달음과 실천이 한 치 어긋남 없는 완벽한 인간이었다.

저자는 ‘해골 물 일화’에서 벗어나 원효 스님이 평생의 삶을 통해 전파하고자 한 가르침을 통사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전기 소설의 형식을 빌렸다. 원효 스님의 저서와 논문ㆍ설화 등 각종 문헌을 섭렵해 역사적 사실을 줄기로 삼되, 원효 스님의 삶에서 공백으로 남은 부분은 당대 역사와 정치 상황을 바탕으로 상상해 채웠다.

저자는 “어쩌면 원효 스님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이 땅에 마음껏 펼치고 사라진 것인지 모른다.”며 “이 책은 원효 스님의 마음으로 들어가기 위한 작은 주춧돌이자, 오늘 이 자리에서 내 마음을 어떻게 쓰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저자 이지현은 법학박사며 헌법학자다. 국회와 행정부에서 일했으며, 여성단체와 문화예술 단체에서 활동했다. 법학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는 〈400년 만의 만남-그리운 허균 당신에게 보냅니다〉, 〈10대와 통하는 법과 재판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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