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인터뷰에서
보인 불교적 시각은
서구 지식층의 변화 상징

이스라엘 출신으로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에서 역사를 강의하는 세계적인 저술가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최근 가디언지(The Guardian)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 중에 불교적 관점에서 의미가 있는 몇 가지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해 본다.

먼저 “누가 너한테 한 말 중에 가장 나쁜 말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하라리는 직답을 피한 채 “이런 것들을 내려놓고 명상에 잠겨 몇 년을 보내는데 성공한 것 같다.”라고 대답하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의 비난이나 힐난(詰難)하는 말을 듣고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상처를 입기도 하고, 잘 극복할 수 있으며, 오히려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하라리가 나쁜 말을 들으면 “명상에 잠겨 있는 그대로 생각해 본다.”고 응답한 것은 그가 상처받는 나쁜 말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라리는 매일 몇 시간씩 명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하는 명상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으나 그가 말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위빠사나 명상과 유사성이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대교를 믿는 하라리가 불교에 관심을 갖고, 불교적인 명상을 매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생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하라리는 “모든 것이 변 하고, 사람들은 결코 만족하지 않으며, 모든 정체성은 허구이다.”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모든 것이 변한다.”라는 말은 제행무상을, “모든 정체성은 허구이다.”라는 것은 제법무아를 의미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은 그것이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응답을 보면 하라리는 불교의 삼법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죄책감이 드는 쾌락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저는 쾌락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대답은 하라리가 자신의 성적 취향을 비롯한 세속적 쾌락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의식은 영속적인 실체가 아니라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1분전이나 1년 전이나, 하루 전이나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의식은 사실 무엇이 한 순간의 의식과 다음 순간의 의식을 연결하는지는 전혀 명확하지 않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가 죽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이해가 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하라리는 유태인이면서도 불교를 잘 알고 있고, 명상을 생활화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가 인생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을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찾고 있음은 서구의 지식인들이 불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랜 세월 동양에서 정착했던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제 서양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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