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우울과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들을 상대로 심리 안정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제공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소상공인과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전국 17개 시도의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통해 지원하는 한편, 심리치료를 원하는 국민에겐 자신이 거주하는 광역 지자체의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 전화해 심리적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종교계의 신행문화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전국 각 사찰에서는 대중법회를 중단했고 신도들은 절에 오지 못해 불편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경(寫經)’을 해볼 것을 권합니다. 불교의 장점은 혼자서도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경은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고 익히는 데 아주 유효한 수단이란 점에서 누구나 경험해 보길 당부합니다.

사경이란 경전의 글자를 베껴 쓰는 행위를 말합니다. 부처님 말씀을 한 자 한 자 따라쓰다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욱 또렷하게 알아차릴 수 있고 나의 행동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경전에서 말하는 사경의 공덕을 열 가지로 정리해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몸이 안정되고 번뇌가 사라집니다. 둘째, 마음의 안정으로 몸의 질병이 녹아 없어집니다. 셋째, 몸과 마음이 안정되므로 두뇌가 맑아집니다. 넷째,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게 되니 심신이 굳건해집니다. 다섯째, 신행이 두터워지므로 불퇴전의 정진력을 갖추게 됩니다. 여섯째, 삼업(三業)이 청정해지므로 불보살의 가피가 수승해집니다. 일곱째,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겨 사람들의 등불이 됩니다. 여덟째, 마음의 안정과 위의가 단정해지므로 이웃과 사회의 안녕에 기여하게 됩니다. 아홉째, 호법신장의 보살핌으로 갖가지 액난을 면합니다. 열째, 무량복덕과 지혜의 증장으로 성불의 길을 열어갑니다.

고려문화의 금자탑으로 일컬어지는 팔만대장경은 대표적인 사경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팔만대장경은 부처님의 힘을 빌려 국난을 타개하고 나라의 부흥을 꾀하기 위해 이룩한 대작불사였습니다. 당시 고려는 거란이 침입해 오자 현종 때인 1011년부터 선종 때인 1087년까지 77년간이나 대구 부인사에 도감을 두고 송나라판과 거란판의 대장경을 참조해 6,000여 권의 경판에 돋을새김한 <초조대장경>을 만들어냈습니다. 당시 백성들은 이 대장경이 완성되자 그 효험으로 거란군이 물러갔다고 믿었습니다. 그만큼 대장경 완성에 백성들이 정성과 땀을 모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경의 역사와 공덕을 고려해 소납은 신도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사경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종단의 서울 소재 명락사 주지를 할 때 저는 다문화 가정을 상대로 사경대회를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 우리말을 익힐 수 있도록 학습공간을 만들어 배움을 주는 동시에 ‘다문화인과 함께 하는 한글배우기 <법화경> 사경대회’를 여는 등 사경을 포교와 수행의 수단으로 활용했던 것입니다. 부산 삼광사 주지 소임을 맡아서 진행한 사경은 삼광사를 ‘힐링사찰’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하였고, 불자들의 신심함양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전 광수사에 있을 때도 사경을 생활화하도록 강조했습니다. 저 자신도 틈만 나면 부처님의 좋은 경전 말씀을 종이에 옮겨 적으며 사경에 몰두했습니다.

현대인들이 마음병을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는 원인은 자기 마음의 소리를 스스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내 마음을 보지 못해 귀중한 것을 놓쳐버리기 일쑤이고 꼭 해야 할 일을 간과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것이 곧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입니다.

사경은 이를 일깨워주는 정직한 수행방법입니다. 한 자 한 자 마음을 다해 사경을 하다보면 마음의 상처와 아픔도 씻은 듯 사라질 것입니다. 아울러 경전말씀을 익히게 되면서 여러분의 내면도 크게 성숙해질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요즘, 사경을 통해 마음을 바로 보고 들을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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