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4호

경기도 광주시가 남한산성과 천진암을 잇는 광주 순례길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혀 불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로 광주시는 ‘가톨릭 성지순례길’로 명명되는 이 사업을 천주교 수원교구와 함께 추진하기로 하고, 8월 26일 업무협약까지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은 업무협약을 통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세계적인 순례길로 활성화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불교계는 즉각 비판적인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특히 해당지역인 광주불교사암연합회는 9월 15일 ‘가톨릭 성지순례길 추진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사업백지화를 촉구하는 한편 합리적 해결책을 제시할 것과 이에 따른 합당한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상응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역사왜곡과 종교차별을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솔직히 말해 시와 종교단체간 업무협약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이 종교간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 중심엔 광주시가 있다. 천주교 수원교구에서도 밝혔지만 이번 협약은 광주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오히려 천주교 쪽에서 불교계 반발을 우려했는데도 시에서 불교계와 잘 협의해 종교편향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시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는 남한산성과 천진암이 갖는 역사적 종교적 가치를 광주시가 왜곡하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불교 성지라 해도 무방할 만큼 불교의 역사가 깊이 서려 있는 곳을 가톨릭 성지순례길화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광주시가 사업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재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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