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어린이날 등 대인관계에 있어서 빠뜨리거나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날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더욱이 불교계 최고의 축제인 부처님오신날이 19일로 세상은 이미 봉축분위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러한 기념일은 가족과 사회 등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울 뿐 아니라 서로의 믿음과 정을 더욱 공고히 해준다는 점에서 소홀할 수 없는 날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기념일을 통해 돈독한 신뢰와 따뜻한 온정을 형성하고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과의 관계형성에 있어서도 돈은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왜 이런 불편한 말씀을 드리냐면 기념일이 많을수록 그만큼 소외되는 사람도 많아진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오신날까지 들어있는 5월이 모든 사람에게 즐거우려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 전 국세청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은 소득이 늘었어도 사회 각 복지시설에 내는 기부금은 제자리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사정은 헌혈 상황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19의 감염사태로 단체헌혈이 급격히 줄어들어 심각한 혈액부족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고 위급한 상황을 맞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작은 선업(善業)이라고 가벼이 여겨 그 과보가 적다하지 말라. 아무리 작은 물방울이라도 차츰 모이면 큰그릇을 채우듯이 선업도 점차 늘려 가면 어느덧 큰 것을 이룰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먼저 풍족함을 구한 뒤 베풀려는 속성(屬性)이 있습니다. 많이 지니고 있어야 나눠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므로 자신의 욕구를 우선 채우려 합니다. 그러나 풍족함이 나눔을 동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욕심을 내세워 다른 이에게 인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 큰 보시만 생각하다 작은 기부를 소홀히 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부자라고 해서 모두 후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가난하다고 해서 다 인색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후함과 인색함이 나눠집니다. 베풂은 습관입니다. 자연스럽게 몸에서 베어 나와야 작은 기부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부처님은 경제생활에 있어서 절약은 하되 인색하면 안 된다고 〈잡아함경〉 제46권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파세나디왕이 찾아왔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파세나디왕이 그 이유를 말했습니다.

“부처님! 이 나라의 유명한 부자였던 마하나마가 며칠 전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에겐 자식이 없어 재산을 모두 조사해 국고에 넣었습니다. 며칠 동안 그 일을 했더니 행색이 이 모양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이 물으셨습니다. “그는 어느 정도로 부자였습니까?”

파세나디왕이 답했습니다.

“그는 억만장자였습니다. 재산을 모으기 위해 평생 싸라기밥과 시래기죽을 먹었으며, 다 떨어진 남루한 옷만 입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돈을 모으기만 했지, 쓸 줄 몰랐습니다. 가난하거나 불쌍한 사람이 찾아오면 문을 닫고 식사했습니다. 부모와 처자권속에게까지 인색했으니 수행자를 위해 보시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구두쇠였지요.”

얘기를 듣고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왕이여, 그는 결코 훌륭한 재산가가 아닙니다. 그는 자기의 재물을 널리 써서 큰 이익을 얻을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넓은 들판에 물을 가득 채워뒀으나 그 물을 마시거나 목욕을 하지 않으면 말라서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재산이 있으면서도 복을 짓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인색하면 오히려 모두 잃을 수 있습니다. 이 억만장자의 경우처럼 베풀지 않으면 오히려 다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래를 가꾸고 행복을 심는 첫 번 째 작업이 곧 인색함을 버리는 일입니다. 인색하지 않고 베풂을 잘 실천해야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색한 사람은 모든 일에 있어서 잇속을 따지기 때문에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어렵습니다. 인간관계가 건강하지 못하므로 좋은 인맥을 만들지 못합니다. 이는 결국 큰일을 도모하기란 더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색한 사람들은 큰일을 이루거나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받는 성공한 사람이 된 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비록 작은 선행일지라도 이를 통해 인색함을 떨쳐 버리는 현명한 삶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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