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녀를
죽이고 벽지불을 음해한
과보를 받다

모든 중생은 지은 업(業)에 따라 과보(果報)를 받는다. 부처님께서 깨달은 이 자연의 법칙에는 예외가 없다. 거기에는 부처님도 포함된다. 본 기획은 부처님께서 자신의 과보로 인해 겪은 수난 이야기다. 첫 순서는 부처님께서 순다리(Sundarī, 孫陀利)의 비방을 받은 내용이다.

순다리의 음해와 죽음

부처님께서는 사바티의 제타바나(Jetavana) 사원에 머물고 계셨다. 부처님은 많은 대중으로부터 존경을 받았기에 음식이나 옷 등 많은 공양물을 받고 있었다. 부처님의 제자들도 대중으로부터 존경받아 많은 공양물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외도들은 대중의 존경을 받지 못했으므로 공양물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외도들은 부처님과 제자들을 질투하면서 기회가 닿으면 해치려고 했다. 

외도들은 자신들과 함께 수행하던 여성 수행자 순다리에게 말했다. 

“순다리여, 당신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종교의 이익을 위해 저의 목숨도 내놓겠습니다.”

순다리의 대답에 외도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매우 아름답고 젊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사문 고타마(Gotama)와 성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사문 고타마를 수치스럽게 만들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그의 명예는 손상될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대중이 우리에게 올 것입니다. 당신의 미모를 최대한 활용하여 고타마의 명예를 무너뜨리시오.”

순다리는 저녁 늦게 제타바나 사원으로 갔다. 누군가 어디로 가는지 물었을 때 그녀는 “나는 사문 고타마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와 함께 제타바나 사원의 향실에서 밤을 보낼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사람들이 어디를 다녀오는지 물어보면 “고타마와 함께 향실에서 밤을 보낸 후 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이틀 동안 이런 행동을 계속했다. 삼일이 지나자 외도들은 사람을 고용해 순다리를 죽이고 그녀의 시체를 제타바나 사원 근처에 묻었다.

외도들은 코살라 국왕(Kosala)인 파세나디(Pasenadi)에게 가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순다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를 찾을 수 없습니다.”

“너희들은 그녀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

파세나디 왕이 되묻자 외도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제타바나 숲에 있을 것 같습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그러면 제타바나 숲을 수색하라.”

외도들은 제타바나 숲을 수색하는 척 하다가 묻어놓았던 순다리의 시신을 파내 들것 위에 올려놓고 성내로 들어왔다. 그러면서 거리 여기저기를 누비며 사람들의 분노를 조장했다. 

“여러분 석가족의 후예들이 해놓은 짓을 보세요. 그들은 뻔뻔스럽습니다. 그들은 사악하고, 거짓말쟁이이며, 거룩하지 않습니다. 말로는 조화롭고, 거룩한 삶을 찬양하고, 진리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고결하지도 않으며 거룩한 자질도 없습니다. 그들의 야비한 본성이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여자와 밤일을 하고 나서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까?” 

이렇게 외도들이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부처님과 제자들을 비방하자 대중도 거친 말투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부처님의 제자들이 걸식을 위해 성내로 들어갔다가 대중의 욕설을 듣게 되었다. 제자들은 걸식 후 부처님께 가서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 현재 사밧티 사람들은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어로 저희를 모욕하고, 비방하고, 괴롭힙니다.”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했다.“제자들이여, 이 소음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7일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이 모욕적인 언어로 비방할 때 다음의 구절로 그들의 비난에 맞서면 된다. ‘하지 않은 일을 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일을 저질러 놓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죽어서 지옥에 간다.’”

대중이 부처님 제자들을 비난할 때마다 제자들은 ‘거짓말쟁이는 죽어서 지옥에 간다.’는 구절을 외웠다. 대중은 부처님 제자들이 읊는 구절을 듣고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결백하다, 그들에 의해 살인이 행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계율을 잘 지키고 있다.’ 

7일이 지나자 그 소란은 없어졌다. 순다리를 살해한 자들이 술을 먹고 서로 싸우다가 범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부처님과 그 제자들은 무죄로 판명되었다. 

보살이 지은 악업

부처님께서는 소란이 잦아든 후 제자들을 모아놓고 순다리의 비방을 받게 된 이유를 전생에 자신이 지은 악업에 기인한다고 말씀하셨다.

먼 옛날 보살은 바라나성 가운데에 정안(淨眼)이라는 바라문으로 태어났다. 노래를 부르며 희롱하는 데에 솜씨가 있었다. 그때 녹상(鹿相)이라는 이름의 단정하고 아름다운 유녀(遊女)가 있었다. 정안은 녹상과 더불어 재미있게 지냈다. 낮과 밤을 지나고 난 뒤에 정안은 녹상의 의복이 값지며 아름다움을 보고 탐심을 내어 ‘이 여인을 죽이고 그녀의 옷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죽인 후에는 어떻게 숨길까?’하고 고민했다. 마침 낙무위(樂無爲)라는 이름의 벽지불(辟支佛, 스스로 도를 깨달은 성자)이 근처에 머물고 있었다. 정안은 생각했다. ‘이 벽지불이 새벽에 성내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는 동안 나는 녹상을 죽여 그의 오두막집 안에 파묻고 옷을 가지고 돌아가야겠구나.’하고 결심했다. 

다음 날 아침에 벽지불이 성안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 있는 동안, 정안은 녹상을 죽인 후 옷은 자신이 갖고 시체는 낙무위의 오두막집 안에 파묻어 두었다. 사람들은 녹상이 보이지 않자 마침내 국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여러 신하를 불러서 찾게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낙무위의 오두막 근처에 여러 종류의 새들이 나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은 오두막집 앞에 이르러 수색해 시체를 찾았다.

신하들은 낙무위에게 말했다. 

“이미 부정한 짓까지 하고 무엇 때문에 다시 죽였느냐?” 

그러나 낙무위는 잠자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세 번을 묻었는데도 낙무위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낙무위는 이때 손과 다리를 땅에 대고 ‘이번 일은 전생의 인연이로다.’하고 생각했다. 낙무위가 일부러 잠자코 대답하지 않자, 신하들은 낙무위가 자신의 죄를 시인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낙무위를 데리고 왕에게 가서 아뢰자 왕은 이렇게 처형하도록 명령했다. “그를 묶어서 당나귀 위에 태우고 북을 치며 성안을 두루 돈 후에 성의 남쪽 문밖 나무 아래에서 화살로써 쏘아라. 만약 죽지 않으면 곧 그의 머리를 베어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대로 낙무위를 묶어서 당나귀에 싣고 북을 치며 거리를 돌며 처형장소로 향했다. 정안은 낙무위가 두 손이 묶인 채 당나귀에 실려서 끌려가고, 여러 사람이 그 뒤를 쫓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행동을 뉘우쳤다. ‘이 수행자는 까닭 없이 죽임을 당하는구나. 내가 녹상을 죽인 것이고, 이 수행자가 죽인 것이 아니다. 내가 죽음을 받고 이 분을 살려야겠다.’ 

그리고는 곧 대중에게 나아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수행자가 녹상을 죽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죽였습니다. 이 분을 석방하고 나를 결박하여 죄에 따라 나를 다스리십시오.” 

신하들은 낙무위의 결박을 풀고 정안을 붙잡아 두 손을 결박했다. 사람들은 모두 낙무위를 향해 예배하고 참회하여 용서를 빌었다. 이때 낙무위 벽지불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고서 생각했다. ‘나는 다시 바라나성에 들어가서 걸식하는 대신에 이 대중의 앞에서 열반을 해야겠다.’ 

벽지불은 곧바로 대중의 앞에서 허공으로 솟아올라 공중에서 몸을 태우면서 열반했다. 이에 대중은 모두 슬프게 울거나, 참회하거나, 예배했다. 그리고 벽지불의 사리를 수습해 네거리에 탑을 만들었다. 신하들은 즉시 정안을 데리고 왕에게 가서 정안이 진범이라고 아뢰었다. 왕은 곧 신하들에게 정안을 처형하도록 명령했다. 신하들은 분부를 받고 즉시 그의 머리를 베었다.

부처님은 이와 같이 당신이 전생에 지은 악업을 들려주신 후 말씀하셨다.

“전생의 정안이 바로 지금의 나이고, 전생의 녹상이 지금의 순다리이다. 나는 전생에 녹상을 죽이고 벽지불을 괴롭혔는데, 그 죄 때문에 수천 년 동안 지옥에 있으면서 칼나무에 올랐으며, 수천 년 동안 축생으로 있었고, 수천 년 동안 아귀로 있었다. 지금 비록 부처가 되었다하더라도 남은 재앙으로 이번 생애에 순다리의 비방을 받았다.”

전생에 보살은 유녀의 값비싼 옷을 탐내다가 유녀를 죽이고 벽지불이 괴로움을 받게 했다. 다행히 정안은 도중에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죄과를 받았다. 이 악업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지옥의 고통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의 남은 과보로 이번 생에 순다리의 비방을 당했던 것이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모든 악을 완전히 소멸하고 모든 선을 널리 갖추었으며 모든 중생까지 제도할 수 있고 안락을 얻게 한다. 비록 여래에게 이런 공덕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생의 악업을 면하지 못한다. 하물며 어리석은 중생들은 어떻게 되겠느냐? 일체중생들은 마땅히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을 잘 지어야 한다.” 

안양규
 ―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불교문화대학장과 불교문화대학원장을 겸하고 있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동경대(東京大) 외국인연구원,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불교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역·저서로 〈행복을 가져오는 붓다의 말씀〉·〈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The Buddha’s Last Day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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