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칼럼(288호)

불기 2565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새 아침을 여는 국민들의 소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조기 퇴치와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의 복귀일 것입니다. 지난 해 우리 국민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엄청난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인관계를 원만히 유지할 수 없었고,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더욱 심기일전해 도약과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언론들의 신년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안정과 풍요를 바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여느 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코로나19에 의한 폐해가 크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물론 금년에도 여러 가지 악재와 장애가 없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떠한 악조건이 발생하더라도 위기를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굽혀선 안 됩니다. 

우리는 연초에 한두 가지씩 소원을 세웁니다. 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꾸준한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다시 말해 소원을 성취하려면 허망(虛妄)과 탐착(貪着)을 버려야 합니다. 요행에 의지하지 않고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부처님과 파세나디왕의 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 코살라국의 파세나디왕이 찾아와 물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람은 누구에게나 소원이 있고 이를 성취하고자 합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소원을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왕이여, 그 비결은 게으르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나 방일(放逸)하지 않고 부지런하면 현세의 소원을 성취하고, 나아가 후세의 소원도 성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소원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방일에 의지하지 말고 불방일(不放逸)에 의지해야 합니다. 만약 왕께서 먼저 불방일에 의지하면 결국엔 온 나라 백성이 왕의 뜻을 따라 불방일에 의지하게 될 것입니다. 왕께서 불방일에 의지하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며, 부인과 가족, 백성을 모두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며, 또한 창고의 재물도 더욱 늘어나 풍족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방일을 칭찬하고 방일함을 비난해야 합니다.”

방일은 ‘게으름’이란 뜻도 있지만 ‘자기를 잊고 자제함이 없이 온갖 욕망에 이끌려 가는 것’을 말합니다. 인간의 탐욕에 기인하는 코로나19 사태도 엄밀히 말하면 방일함이 부른 재앙이라 하겠습니다. 방일과 달리 불방일은 집중력과 지속성을 갖고 노력해 나아가는 정진(精進)입니다. 부지런히 노력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만 기대하는 것은 요행을 꿈꾸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는 불방일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교사가 될지, 음악가의 길을 걸을지 기로에 섰던 적이 있습니다. 그는 결국 안정적인 교사의 길을 버리고 험난한 길이 예고되는 성악가의 길을 택했습니다. 고등학교 학력뿐인 파바로티는 생계를 위해 보조교사·보험영업 등을 하면서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비록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지만 주저앉지 않았고, 스승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실력을 쌓는데 진력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61년 ‘아킬레 페리 국제콩쿠르’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습니다. 

연초 세운 소원을 이루고 싶다면 이와 같이 집중과 지속성을 갖고 꾸준히 정진해야 합니다. 부지런한 정진만이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비결입니다. 신축년은 모두가 소원을 성취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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