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오신다면
무엇을 서둘러 하실지?
닮은 삶 다짐하며 살자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높다!” 부처님이 오시면서 하신 위대한 선언이다. 과연 이 위대한 선언의 의미가 무엇일까? 화봉유엽(華峰柳葉, 1902~1975) 스님은 3련의 시조로 이 선언의 의미를 음미하였다.

“높다고 하오시니 하늘 위에 또 하늘가/ 나라고 하오시니 발가숭이 나란말가/ 외칠 새 가뭇없을 새 물을 곳도 없어라”(둘째 연) 이렇게 의문을 던지시곤 세 번째 연에서 당신의 활구(活句)를 보인다. “물을 곳 없댔더니 곳곳마다 발가숭이/ 놀라서 돌쳐보니 나도 또한 발가숭이/ 오호라! 나 날 때 한 소리로세 기억다시 새롭네!”

이 시조를 헌걸찬 목소리로 읊어 주시던 스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나, 그리고 우리 불자들이 부처님 선언의 큰 의미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를 묻게 된다.

우리가 그분께서 오신 뜻을 좀 더 잘 실현하고 있다면 온 누리에 그분의 선언이 찬란하게 빛을 뿌릴 수 있지 않을까? 부처님이 오심으로써 인류의 역사가 새로운 시간으로 접어들었다는 그 큰 의미가 두렷해지지 않을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서 살아갈 희망이 생기고, 완성된 존재가 될 가능성을 품게 되는 기점! 그보다 더 기쁜 소식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하기에 우리는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의 몸짓으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야 한다.

부처님으로 말미암아 새롭게 시작된 복된 시간의 흐름을 찬탄하고, 기쁨의 춤으로 복된 시간을 살아가게 된 환희를 표현해야 한다. 부처님오신날에는 마땅히 환희가 넘쳐 흘러야 한다. 해마다 이어지는 연등축제를 환희로 채우려는 것이 우리 불자의 마음이어야 한다.

아쉽게도 코로나 사태로 올해 연등 축제는 취소되었다. 우리 불교의 가장 큰 축제를 선선하게 취소한 것 또한 불교 종단들의 대승적 결정이기에 우리 불자들은 그에 대하여 찬탄을 보낸다. 그 찬탄 속에 그 연등축제 속에 표현되었어야 할 환희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부처님이 오셨기에, 그분의 가르침을 만날 수 있었기에 나의 삶이 이렇게 보다 나은 삶으로 바뀌었다는 기쁨을 부처님 앞에 올려보자. 부처님을 닮아가는 삶의 모습을 부처님 앞에 감사의 공양으로 올려보자. 부처님이 지금 여기 오신다면 무엇을 서둘러 하실까를 생각하고, 그 일을 내가 부처님의 눈이 되고 손이 되어 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을 닮아가는 삶이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 세상을 고난에 빠뜨리고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그러한 괴로움을 건지는 일, 그러한 일로 괴로움을 당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는 일, 그것이 바로 부처님이 오시면 서두르실 일일 것이다. 

화려함 속에 환희의 몸짓을 떨쳐내는 축제를 치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러한 마음을 담은 등들이 조용하게 빛난다면 이 또한 부처님이 참으로 기뻐하실 일이 아닐까? 그러한 마음의 등을 밝히고, 그러한 마음으로 자비의 실천을 하는 우리 불자들의 모습이 부처님을 맞는 환희의 몸짓이 되는 날! 올해의 부처님 오신 날은 그러한 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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