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 사상 바탕으로
슬기롭게 위기 대처하는
생활 매뉴얼 만들어야

5월이 되었다. 2020년을 시작하며 두 개의 숫자가 겹치고 단락이 지어지는 해여서 뭔가 새로운 기운이 느껴졌었다. 1월 중순경 우한폐렴이라는 낯선 단어가 들려올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심각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코로나19로 이름이 바뀌면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망자가 발생하자 아차 싶었다. 감기 정도가 아니라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 그제야 자기 문제로 받아들였다.

정부는 마스크를 쓰고 손을 열심히 씻는 것으로 그 무서운 전염병과 맞서라고 했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 일상 생활을 멈추게 했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위기생활이다.
중세말 페스트라는 역병으로 죽은 사람들이 거리를 뒤덮었고,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배웠을때 ‘그 시절에는 약이 없어서 그랬었구나.’ 하면서 현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때와 다를 바가 없다. 연일 발표되는 사망자수를 보면 바이러스 앞에서 속수무책인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된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공로자는 의료진이다. 의료진의 희생이 없었다면 결코 이 위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무너졌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뤄야 할 것은 앞으로 이런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사회생활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다. 뜻밖의 위기는 언제라도 또 다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슬기로운 위기생활 매뉴얼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경제적인 피해 보상을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 얼마를 주겠다고 앞다투어 발표하였다. 소상공인들에게 융자를 해주는 것으로 선심 쓰지만 그 돈은 결국 국민이 져야 할 부채이다.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나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인 개개인의 위기관리 능력이다. 우리 국민은 자기를 지키려면 공적 이익이 우선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줄을 서서라도 마스크를 사고, 손이 뻣뻣해질 정도로 손을 씻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무엇보다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코로나19 검진에 적극적이다.
이토록 훌륭한 국민이라서 우리는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성공모델국이 되었으니 슬기로운 위기 생활 매뉴얼을 만들어서 세계적으로 공유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슬기로운 위기 극복의 바탕은 불교의 생명 존중 사상에서 나왔다고 본다. 모든 존재는 나와 다르지 않고, 나는 세계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불교세계관에서 나온 생명존중 사상이 코로나19라는 최대의 위기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이다.

돈이나 권력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이번에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생명과 바꿀 수 없다. 우리는 살아있다는 것, 그 하나로 대단한 존재이고, 우리 생활은 생명을 존중하기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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