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4년 경자년 아침이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보내고 세계인류는 다시금 희망의 새해를 맞았다. 격변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첫째는 경제 분야다. 지난해 세계경제대국 1위 미국과 2위 중국은 무역전쟁을 펼치면서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었다. 이 여파로 세계교역이 크게 위축되면서 우리나라도 경기에 먹구름이 짙게 깔리는 등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려야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율 전망치를 3.0%에서 3.4%로 소폭 상향조정했다. 그렇다고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속화되는 빈부의 격차를 고려한다면 경제적 약자들이 겪을 삶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빈곤을 이유로 일가족이 자살한 사건이 지난 한해 17건이나 발생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둘째는 환경 분야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의 속출은 이제 인류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로 지구의 환경보존이 부각되고 있음을 상기하게 해준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대홍수로 수몰위기를 겪었고, 한 달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시드니에서는 거대한 산불이 발생해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여름에는 40도를 넘는 폭염 때문에 프랑스에선 약 1,500명이 숨졌고, 초강력 열대 폭풍 도리안으로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에서만 2,500명이 넘는 실종자가 발생했다. 비정부 기구인 국내난민감시센터(IDMC)는 2019년 기상이변에 따른 이재민 규모가 2,200만 명이라고 밝혀 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셋째는 다문화 분야다. 세계는 현재 공통적으로 문화갈등에 직면해 있다. 문화갈등이란 서로 다른 문화들이 같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현하 인류사회는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다. 국가별 인구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문화가 함께 전파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포용하지 못하고 배타성을 보일 때 문화갈등이 발생한다. 특히 문화갈등 중 종교로 인한 다툼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동분쟁을 포함해 영국계의 신교도와 아일랜드계의 가톨릭교도 사이의 북아일랜드 분쟁, 다수파 불교도인 상할리족과 소수파인 힌두교도인 타밀족 간의 스리랑카 분쟁, 파키스탄의 이슬람교도와 인도의 힌두교도 간에 지속되고 있는 캐슈미르 분쟁, 이슬람교 다수파에 속하는 수니파의 이라크와 소수파에 속하는 시아파의 이란과의 분쟁 등 전 세계에 걸쳐 종교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세 가지 분야의 갈등구조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야 할 인류의 공통과제라 할 수 있다. 불교는 이들 갈등을 완화하고 화해와 통합을 추구하는데 아주 유효하고 적합한 가르침을 갖고 있는 종교다. 다시 말해 대립을 화합으로 이끌고, 갈등과 반목대신 화해와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사상과 이론을 갖고 있다는 게 종교사회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불교의 가르침은 화해와 평화를 사상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부처님이 평화가 무엇인가를 가르쳐주었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인류 역사에 불멸의 자취를 남겼다고 평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비다. 자비는 사회실천의 가장 큰 덕목이다.

우리가 경제와 환경과 다문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중생고(衆生苦)’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세계경제의 위축과 그 영향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고통을 느껴야 한다면 응당 이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고, 이상기후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목숨을 위협받는다면 당연히 그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또 문화적 갈등과 대립이 있다면 이를 수용하고 어울릴 수 있도록 조화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올 한 해 동안 불교계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약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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