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유한함 인정하고
후회없이 정진하는 게
참된 아모르 파티

“우리 아모르 파티하자!”
“그래, 그럼 뭘 준비하지?”

우연히 듣게 된 옆 사람들의 대화이다. 아모르 파티에서 ‘파티’를 ‘party’라 여기는 모양이다. 그리고 ‘아모르’는 ‘사랑’이란 뜻이니 사랑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신나게 파티를 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사람들은 파티를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 목록을 정하고 각자 할 일을 배정하느라 분주하다. 그 모습이 무척 들떠 있었다. 

트로트 가수 김연자 씨의 ‘아모르 파티’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너도나도 ‘아모르 파티’를 외치고 있다.

가사를 따라 부르면 가슴이 뛸 법도 하다. 한 번 뿐인 인생 이젠 끝나버린 것만 같아 서운했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가슴이 뛰는 대로 살라고 한다. 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으니 ‘아모르 파티’란다. 흥겨운 리듬에 맞춰 온몸을 흔들고 또 다시 ‘아모르 파티’하고 노래 부른다.

하지만 여기서 ‘파티’란 잔치를 뜻하는 ‘party’가 아니라 라틴어로 ‘fati’다. 이 말은 ‘운명’을 뜻한다. 그러니 파티를 맘껏 즐기자는 뜻이 아니라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유한한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겼다는 “두 번 다시 같은 강물에 발을 담그지 못한다.”는 명언처럼, 모든 것은 속절없이 흘러가버린다. 붙잡으려 해도 잡지 못한다. 이미 흘러가버린 것은 돌이키지 못한다. 그것이 제한된 시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인간의 운명을 부정하고 탄식하기만 하면 덧없는 삶은 더욱 슬퍼지고 그러다 결국 쓸쓸히 삶을 마칠 것이다. 아, 그 허무함이여! 그러느니 차라리 인간의 유한성을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자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살되 후회를 하지 말아야 한다. 프랑스의 저술가인 뱅상 퀴에프는 〈라틴어 편지〉라는 책에서 “아모르 파티는 있을 수 있는 모든 것, 다시 말해 선이건 악이건, 그리고 기쁨이건 고통이건 간에 있을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개선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요, 상실에 맞서 용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선을 다해서 주어진 하루를 살되 그 뒤에 따라오는 모든 것을 자신의 몫으로 수긍하는 것이 바로 ‘운명을 사랑한다.’는 뜻의 아모르 파티라는 것이다. 

붓다도 그러셨다. 모든 것은 부서지고, 그래서 모든 것은 덧없다고 언제나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교가 한없이 허무를 강조한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심지어 완전한 열반에 들기 직전 지상에 남긴 마지막 말씀도 “모든 것은 부서진다.”는 것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 말만을 유훈으로 기억한다면 큰일 난다. “그러니 게으름 피지 말고 정진하라.”라는 문장이 바로 뒤에 따르기 때문이다. 덧없는 인생, 후회가 남지 않게 즐긴다한들 각자의 인생인데 누가 뭐라 할 것인가. 그러나 부처님은 지금 목숨이 남아 있을 때 정진하라고 했다. 왜냐면 덧없으니까. 

덧없고 유한한 인생,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이 시간에 신나게 파티를 즐기며 놀다 갈 것인가, 최선을 다해 최고의 목표를 위해 정진할 것인가.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연말이 다가왔다.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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