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필수조건
배려와 정의로
‘신뢰 사회’ 이룩해야

미국 작가 조지 오웰은 살기 좋은 사회의 조건으로 배려와 정의를 꼽고, 인간과 인간의 신뢰 쌓기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다시 되새기게 되는 것은 요즘 우리 사회에 가장 부족한 덕목이 바로 배려와 정의이기 때문이다. 배려는 약자에게 베푸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배려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 양식이다. 인간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야 더 안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공동체 운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또 배려심이 있어야 정의를 실천할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저자는 정의를 구체적으로 정의 내리지 않았다. 다만 정의롭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예로 들면서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사회가 얼마나 위태로워지는가를 스스로 깨닫게 하였다. 결국 샌델은 정의란 공동체 운영에 가장 공정하고 평등한 규칙이라고 말해준다.

우리는 정의가 공동의 생활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인간의 기본 선(線)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실천하지 않을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도덕적 규범이 아니라 법적 규율을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법에 저촉이 되지 않으면 선(善)이란 인식이 팽배해있다. 그래서 타인에게 물적·심적 피해를 입힌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해놓고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미안해하거나 사과하지 않는다.

배려와 정의를 법적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인간이 공동생활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공동체로 살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믿음, 즉 신뢰가 필요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없고 정의롭지 않은 사람들이 잘 사는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면 그 사회는 신뢰가 무너져서 혼돈에 빠지게 된다.

최근 창립한 장애와문학학회는 학술 연구와 함께 사회 약자에 대한 혐오·배제·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고, 배려와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문화운동을 펴기로 하였는데 그 첫 번째 메시지가‘장애인 비하 발언 정치인은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은 정치인이 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의 막말 수준이 도를 넘었다. 국민이 지켜보는 공적인 자리에서‘×신 같은 게’라며 상대방을 모욕하는 말을 쏟아놓고도 혼자 소리였다는둥 하면서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것은 상대방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내뱉은 말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권익을 위해 국민을 대변하는 대리인이다. 대리인이 위임자를 얕잡아본다면, 대리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서 낙선 운동 대상이 된다.

막말은 언어폭력이다. 불교에서는 말로 짓는 죄를 구업(口業)이라고 한다. 남을 속이는 망어(妄語), 험한 말로 화나게 하는 악구(惡口), 이간질로 화합을 깨는 양설(兩舌), 아첨으로 남을 현혹하는 기어(綺語)의 네가지가 있다. 이미 우리가 빈번히 하는 말들이 구업이 되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로 인한 상처와 피해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구업을 짓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정의롭게 행동하면 된다. 즉 배려와 정의를 실천하면 구업이 없다. 배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며, 정의는 보편적 가치이다.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서로 불신하며,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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