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찻잔 속에 꽃 피었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은 보통 관상용(觀賞用)이라 여길 뿐, 식용(食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꽃은 단순히 아름다움만 뽐내는 식물이 아니다. 차로 우려내면 알록달록 빛깔이 고울 뿐 아니라, 저마다 품고 있는 향기도 독특하다. 거기다가 우리 몸에 이로운 특유의 약성도 품고 있다.

요즘 한창 피는 국화를 〈동의보감〉에서는 “몸을 가볍게 하고, 늙지 않게 하며, 장수하게 한다. 근골을 강하게 하고, 골수를 보하며, 눈을 밝게 한다. 술을 마시고 깨지 않을 때 좋다.”고 적고 있다.

꽃이 머금은 향기는 혈관을 확장시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고, 꽃차를 마시면 가라앉았던 기분이 되살아나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꽃이 머금은 저마다의 색깔이 찻물에 우러나올 때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그렇다고 모든 꽃을 꽃차의 재료로 봐선 안 된다. 보통 이른 봄에 피는 꽃은 독성이 없지만, 다른 시기에 피는 꽃 중에는 독성을 머금은 꽃도 많다. 그런 만큼 검증된 꽃차에 한해 마시길 권한다.

꽃차를 만들 때는 꽃에 따라 덖고, 찌고, 데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직접 제다하기 어렵다면 시중에서 구입해도 좋다. 다만 최근 중국산 꽃차가 많이 수입되고 있는 만큼 안전성에 유의해야 한다. 자, 이제 꽃차의 매력에 빠져 보자.

금계국

금계국은 여름철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동네나 아파트 화단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요즘에는 농가에서 부업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금계국은 해독  · 해열 효과가 있고, 몸에 붓기를 내려준다. 또 비타민C가 풍부해 앞서 소개한 히비스커스처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차색은 꽃에 따라 주황색이 우러나기도 하고, 진노랑이 우러나기도 한다.

 

장미꽃차

꽃을 언급할 때 ‘꽃의 여왕’ 장미를 빼놓을 수 없다. 장미는 그리스  · 로마시대부터 관상용 또는 향신료용으로 재배했다. 고대 의학자들도 장미로 생약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최저온도를 18도로 유지시켜주면 일 년 내내 핀다. 야외에서는 5월에 가장 아름답게 핀다. 국화계열의 꽃차도 그렇지만, 장미도 꽃의 색깔에 따라 우러나는 차색도 천차만별이다. 차로 우리면 색은 옅은 분홍빛을 띠는데, 마셔보면 약한 신맛과 단맛이 섞여 있다. 비타민C가 풍부해 항산화 작용에 뛰어나고, 여름철 열독으로 인한 토혈이나 갈증  · 이질  · 설사에도 도움이 된다. 장미를 말려 베갯속으로 쓰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천일홍

천일홍은 맨드라미와 함께 빨간색이 잘 우러나는 꽃차다. 요즘 우리나라 각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천일초(千日草)로도 불리는데, 꽃이 말라도 색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붉은 꽃 외에도 보라·분홍·흰색의 꽃이 핀다. 경기도 양주에서는 9월 경 천만송이 천일홍 축제를 열기도 한다. 간에 열을 내려주고, 천식을 진정시키며, 가벼운 풍증에 도움이 된다.

 

히비스커스

이집트의 미(美)의 신인 하비스(Hibis)를 닮았다[그리스어 ‘isco’]고 해서 이름 붙어진 히비스커스는 맨드라미 꽃차와 차색이 비슷하다. 원산지가 인도와 중국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열대지방에서 널리 재배한다. 최근 국내에도 유행해 대형마트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아마도 클레오파트라를 비롯한 이집트 미녀들이 즐겨 마셨다고 알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히비스커스는 실제 탄수화물 대사를 낮춰주고, 칼륨이 풍부해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시켜 몸의 붓기를 빼주는 등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심장과 신경질환 치료, 혈압 저하에 효과가 있다.

 

홍화

여름이 제철인 홍화는 가시가 제법 날카롭다. 보통 활짝 피기 전에 밑동을 잘라 꽃받침 째로 따서 차로 만드는데, 활짝 핀 꽃도 무방하다. 한약재로 쓰일 만큼 약성이 강하다. 매운 맛이 약간 느껴지는데, 간과 혈액순환에 유익하다. 진 노란색을 띠는 꽃차로는 향신료로 쓰이는 샤프란도 빼놓을 수 없다.

 

금잔화(메리골드)

금잔화로도 불리는 메리골드는 남유럽이 원산지다. 볕이 드는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데, 주황과 노란색 외에 빨강색 꽃도 핀다. 추위를 잘 견디기 때문에 가을에 파종하면 겨울이나 봄에 꽃이 피기도 한다. 여러 가지 영양소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영양소는 눈 건강에 효과가 있는 루테인 성분으로 시금치보다 4배나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외에 비타민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항균과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 건조한 꽃잎을 갈아 추출한 성분을 분말·캡슐·티백으로 가공해 판매하기도 한다.

 

삼색제비꽃

삼색제비꽃은 북유럽이 원산지인 제비꽃을 개량한 한해살이풀이다. 일명 ‘팬지’라고 한다. 봄에 보라  · 노랑  · 흰색의 작은 꽃이 하나의 나무에 섞여 핀다. 삼색제비꽃은 차로도 음용하지만, 식용으로도 쓰인다. 샐러드  · 비빔밥  · 케이크 등 다양한 음식 소재로 활용돼 농가 재배가 늘고 있다. 따뜻한 물에 우리면 밝은 파랑색을 띠는데, 차가운 물에 우리면 보라색을 띠기도 한다. 물론 3가지 색의 비중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항균  · 항염과 내증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을 함유해 면역력 증강에도 도움이 된다.

 

나비콩꽃

나비콩꽃차는 태국이 원산지라고 한다. 동남아여행을 갔다 온 사람은 한 번쯤 ‘웰컴 티’로 마셔봤을 수 있다. 향은 거의 없고, 미세한 단맛이 난다. 파란색은 안토시아닌 성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카페에서 판매하는 곳도 많다. 보통 얼음에 희석해서 파랑색으로 우려내 주는데, 새큼한 레몬을 곁들여 준다. 파란 꽃차에 레몬을 섞으면 신기하게도 색깔이 밝은 보라색으로 바뀐다. 여름철인 만큼 가정에서도 얼음을 갈아 넣은 후 레몬이나 라임을 첨가해 마시면 좋다. 다이어트와 탈모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야맹증에도 좋다.

 

타래붓꽃

타래붓꽃은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피는데, 연한 보라색을 띤다. 우리나라에 고루 분포하는데, 붓꽃과 비슷하지만 잎이 비틀려 꼬이기 때문에 ‘타래붓꽃’이라고 부른다. 해열  · 지혈  · 해독에 효능이 좋아서, 차나 탕으로 마시고, 환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외상에는 짓이겨 붙이기도 한다. 황달·설사·술독 치료에도 도움이 되고, 근골을 튼튼하게 한다. 사포닌 등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성분도 함유하고 있다. 이 꽃의 씨는 기관지염  · 골수염 개선을 돕고, 간 기능을 개선시켜준다. 도라지꽃차와 나팔꽃차도 파랑과 보라색을 띠는 대표적인 꽃차다.

 

비단향꽃무

비단향꽃무는 달리 ‘스토크’라고 불린다. 원산지는 남유럽으로, 빨강  · 보라  · 파랑  · 노랑  · 흰색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이 핀다. 그 중 보라색 꽃은 차를 우려내도 깔끔한 보랏빛이다. 앞서 소개한 나비콩꽃차처럼 보라색 찻물에 레몬을 한두 방울 넣으면 붉은 색에 가깝게 변한다. 비단향꽃무라는 이름이 예뻐서 오래전 드라마 제목으로도 사용된 바 있다. 관상용으로도 많이 재배했는데, 서양에서는 꽃을 샐러드로 먹거나 약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시아니딘·말론산·페롤산 등이 들어 있어 해독·이뇨·거담의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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