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화

▲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한국, 조선, 비단에 채색 215cmx240cm, 충북도유형문화재 제201호)


서방 극락세계에 머물며 중생을 위해 자비를 베풀고 있는 아미타불을 그린 불화다. 세로로 긴 화면에 본존(가운데)을 중심으로 좌우 협시와 권속들이 그려져 있다. 화면의 각 네 귀에는 사천왕을 배치했고, 아미타불의 좌협시에는 관음보살, 우협시에는 대세지보살을 표현했다. 관음보살 옆에는 보검을 든 남방증장천왕, 대세지보살 옆에는 보주를 든 서방광목천왕이, 그 위로는 투명보주를 든 지장보살과 3보살이 좌우 각 2위씩 서있다. 그 위로는 분신불, 아난과 가섭을 비롯한 제자들, 해태의 머리를 쓴 건달바, 코끼리의 머리를 쓴 야차, 탑을 든 북방다문천왕과 비파를 든 동방지국천왕, 용왕, 용녀가 표현돼 있다.
본존불은 아미타수인을 하고 결가부좌한 모습으로, 방형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작은 편이다. 원문이 시문된 적색의 불의(佛衣)를 입고 있으며, 어깨가 넓고 안정적인 신체 비례감을 가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보살의 상호는 이목구비가 작고 몰려있는 편이며, 다른 불보살들과는 달리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세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타라보살 팔난구제도(티베트, 17~19세기, 비단에 채색 48cm×67.5cm)

타라보살은 관음보살의 눈동자(타라)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여보살이다. 모든 재난에서 중생을 구원하는 능력이 있어 티베트 불교에서는 구제자로 신앙되고 있다. 티베트에는 백색 타라보살과 녹색 타라보살 등 두 보살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색 타라보살은 무병식재(無病息災), 연명장수(延命長壽) 등 식재법(息災法)과 관련되는 반면 녹색 타라보살은 초복(招福), 재운(財運) 등 증익법(增益法)과 관련이 있다.
불교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재난을 보통 칠난(七難) 또는 팔난(八難)이라고 한다. 티베트에서는 타라보살이 ①사자(獅子) ②코끼리 ③화(火) ④독사(毒蛇) ⑤도적(盜賊) ⑥가쇄(枷鎖) ⑦해파(海波) ⑧식육귀(食肉鬼) 등 팔난의 구제자로 자주 묘사된다.
이 불화의 중앙에는 녹색 타라보살이 그려져 있고, 주위에는 사자와 코끼리 등에게 습격당하는 신자(信者)와 타라보살의 분신이 고통 받는 신자를 구하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 지옥을 다스리는 열 명의 왕 밑그림(十王圖草, 중국, 종이에 먹 176cm×47cm)

지옥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인 시왕을 그린 불화를 시왕도라 한다.
이 시왕도를 그리는 밑그림인 이 불화는 1폭에 1왕씩 모두 10폭에 나누어 그렸다.
각각의 화면은 2단으로 구성돼 상단에 왕의 심판 장면을, 하단에 전생에 저지른 죄에 따라 처참한 형벌을 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경 전

▲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제 29(고려, 1011~103 1, 891cm×28cm, 국보 257호), 권제 74(고려, 1011~1031년, 891cm×28cm, 종이, 국보 279호, 사진)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제 29와 74는 고려 현종 때 부처님의 가호로 거란의 침입을 극복하고자 만든 초조본 대장경이다. 당나라의 실차난타(實叉難陀)가 번역한 〈화엄경〉 주본 80권 가운데 제 29권과 74권이다. 닥종이에 찍은 목판본으로 종이를 길게 이어 붙여 두루마리처럼 말아서 보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초조대장경은 이후에 만들어진 해인사대장경(재조대장경 또는 고려대장경)과 비교해 볼 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목판의 새김이 정교한 반면에 해인사대장경과 글자 수가 다르고 간행연도를 적은 기록은 없으며, 군데군데 피휘(避諱)와 약자(略字)가 나타난다.
또 초조대장경은 책의 장수를 표시하는데 있어서 대체로 ‘장(丈)’자나 ‘폭(幅)’자를 쓰는 데 비해 해인사대장경은 ‘장(張)’자로 통일돼 있다. 이 책도 장수를 ‘장(丈)’자로 표시하고 있는 점, 간행기록이 없는 점, 글자 수가 23행 14자인 점, ‘경(竟)’자에 한 획이 빠진 점 등으로 볼 때 초조대장경 판본임을 알 수 있다.
권제 29는 국내에서 발견된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중 유일본이며, 권제74와 함께 11세기경에 찍어낸 초조대장경의 원형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문헌자료다.
이밖에 〈대방광불화엄경소〉 권41(고려, 1372년, 각 31.8cm × 10.7cm 보물 964호), 백지금니 〈범망보살계경〉(고려, 1364년, 각 28.2cm×9.8cm, 보물 1714호), 〈지장보살본원경〉(고려, 1469년, 31.8cm×20.5cm, 보물 966호)도 전시된다.

▲ 〈아비달마순정이론〉 권제 11~20(중국 청, 18세기, 각 11cm×33.6cm

불교 연구의 기본적인 초석인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에 반박하여 중현(衆賢)존자가 지은 것을 통칭해 〈아비달마순정이론〉이라 한다. 해인사 소장의 팔만대장경에도 〈아비달마구사론〉 30권과 함께 〈아비달마순정이론〉 80권이 포함되어 있다.
이 경전은 중국 청대의 건륭판대장경에 포함된 것으로, 옹정(擁正) 11년(1733)부터 건륭(乾隆) 3년(1738)에 판각된 관수대장경(官修大藏經)으로 일명 용장(龍欌)이라고 불린다. 권 11부터 20까지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표지는 감지이며, 속지는 종이에 판각한 것이다. 11권의 앞쪽에 변상도가 있으며 각 면에는 경전 내용이 6행 17자씩 판각돼 있다. 하단의 일부가 상해 떨어져 나간 부분이 있으나 상태는 좋은 편이 아니

불 상

▲ 〈아비달마순정이론〉 권제 11~20(중국 청, 18세기, 각 11cm×33.6cm)

부처님께서 마가다국의 한 동굴(帝釋窟)에 머물러 계실 때 제석천(帝釋天·Indra)에게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몇 가지 전조가 나타났다.
이에 불안을 느낀 제석천은 부처님을 뵙고자 했으며, 이때 음악의 신 판차시카(般遮翼)로 하여금 부처님을 방문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게 했다. 이 에피소드를 ‘제석굴 설법’ 또는 ‘인드라의 방문’이라고 한다.
부조상은 이 장면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동굴 안에는 풀방석 위에 앉아 선정에 든 부처님이 있고, 동굴 밖에는 벨루와나판두를 연주하는 판차시카와 그 뒤에는 합장한 제석천이 서 있다.

▲ 관세음보살좌상(중국, 명나라, 높이 32cm)

머리에는 투각된 높은 화관을 썼고 중앙에 화불이 있다. 두발 표현은 매우 정교하고 수발이 팔까지 내려온다. 얼굴은 둥글고 눈은 지긋이 뜨고 끝이 올라갔다. 활처럼 휜 눈썹에서 이어지는 코, 양쪽 끝이 살짝 올라가 있는 입술 등은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온화한 인상을 준다.
법의는 통견으로 어깨에서 팔로 흘러내려 무릎 아래로 내려와 있는데 가장자리에는 초화문이 음각돼 있다. 가슴 밑에는 매듭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고, 오른손은 들어 장지와 엄지를 대고 있고 왼손은 내려서 보주를 받치고 있다.

공 예

▲ 목조 사자상(중국, 청나라 말, 길이 107cm)

암수 한 쌍이 좌우 대칭으로 서로 마주보며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목조사자상으로, 중국 청나라 말기에 만들어졌다. 몸은 옆을 향해 날면서도 얼굴은 정면을 보고 있는데, 툭 튀어나온 눈에 쫙 벌어진 입과 그사이로 빼물고 있는 혀가 친근감을 들게 한다. 소라모양의 돌기와 함께 목주위에는 사자갈기가 표현돼 있고, 뒷부분까지도 정교하게 조각했다. 암컷의 발아래 놀고 있어야 할 새끼 사자는 몸통 옆구리에서 잔뜩 경계하는 듯한 뒤틀린 자세로 용맹함을 보이고 있다.
불교에서 사자는 지혜를 상징한다. 문수보살이 타고 다니는 신성한 동물이자 그 부르짖음으로 뭇 동물들을 굴복시키는 의미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처님의 설법을 사자후(獅子吼)라고도 한다. 따라서 석탑에 사자상을 놓을 때에도 한 곳에 놓지 않고 사방에 배치해 부처님의 진리가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바란다. 이 사자상의 정확한 쓰임새는 알 수 없으나 사찰의 중요한 곳에 장식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사자의 역동감이 충실하게 묘사된 정교한 조각 솜씨와 함께 혀를 빼문 여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유물이다.

▲ 철제범종(중국, 청나라, 지름 53cm)

중국종의 형식을 잘 보여주는 중형의 철제범종이다. 밖으로 벌어진 종구(鐘口)는 큰 물결 모양인데, 그 위에 각기 팔괘문(八卦文)을 배치하였다. 위쪽의 둥근 천판에는 큼직한 연판문이 돌아가며 장식돼 있고, 사면에 하나씩 4개의 큰 구멍이 있어 음통 역할을 하고 있다. 천판 가운데에 있어야할 용뉴는 보이지 않는다. 종의 몸통은 굵은 선을 이용해 상·하단으로 나누고, 각 단마다 8개씩의 사각형 구획을 만들어 그 속에 명문을 양각했다. 상단에는 ‘國泰民安 雨順風調’을 한 글자씩 넣었고, 하단에는 시주자(施主者)와 주조처(鑄造處)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이와 비슷한 종으로는 강화 전등사 철제범종(보물 393호, 1097)과 원대 철제범종(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3호, 1299) 등이 있다. 시대와 크기에서 차이가 있으나 음통이나, 사각 구획, 팔괘문, 물결모양 종구 등의 표현에서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