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 질타 받던 종교계 화해와 대화 모범 보여

종교간 화해와 대화의 물꼬가 확 터졌다. 성직자들 간의 상호 교리 존중은 물론 종교간의 학문적 대화, 교차 방문 등 이론과 실천이라는 화해의 두 수레 바퀴가 여법하게 굴러가고 있다.
불교와 기독교 간의 화해는 보수 · 진보로 갈라진 이념적 대립과 빈부 격차를 자극하는 20대 80의 양극화 논리로 들끓는 정치 · 사회 현실이 한 수 배워야 할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이었던 불교와 기독교 사이의 두터운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간헐적인 불교와 천주교 성직자들 간의 교류에서 부터였다. 그 같은 초기의 상호 교류는 다소의 이벤트적인 성격을 내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전개되고 있는 화해와 대화는 질양 면에서 깊이와 넓이를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감동과 대(對) 사회적인 시사(示唆)를 던져주고 있다.

불교 조계종 법전종정은 「부처님 오신날」봉축 법어를 통해 기독교의 예수 그리스도를 부처와 똑같은 반열에 서는 인류의 스승으로 명시했다. 법전종정은 법어에서 “번뇌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 속에 구원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입니다.”라고 말해 기독교의 예수도 부처와 다름 없는 인류 구원의 상징임을 설파했다. 한편 천주교 서울 교구장 정진석추기경도 조계종 총무원에 전달한 석탄일 축하 메시지에서 우리 모두가 “부처님의 자비하심을 닮자”면서 종교간의 활발한 대화를 희망했다.

불교와 기독교 간의 학문적 대화는 성공회 서울 대성당에서 열리는 한국교수불자연합회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의 공동학술대회(5월19일)를 통해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학술대회은 그동안의 종파 중심적 사고를 반성하고 양대 종교가 도덕적 가치와 윤리적 실천에서 공동의 목표를 찾아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천주교 입양기관인 서울 성가정입양원을 방문, 금일봉을 전하고 정진석추기경을 만나 추기경 서임을 축하 하기도 했다.

불교의 ‘극락'과 기독교의 ‘천당'은 과연 다른 것인가.

자비로 상징되는 부처와 사랑으로 상징되는 예수는 서로 이름만 다를 뿐 인류 구원의 숭고한 뜻에서는 같다는 공감대가 이미 식자들 사이에서는 형성돼 있다. 그러나 최근 까지만 해도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종교 풍토 때문에 부처와 예수를 함께 인류의 스승으로 받아들이는 것 조차가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특히 종교간의 배타적 분위기는 불교와 기독교 사이에 가장 심했고 일부 개신교 보수파에서는 부처를 극렬하게 비방하는 예도 없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불교와 기독교 간의 이해와 공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독교수협의회와 불자교수연합회 공동 학술대회가 내건「인류 스승으로서의 붓다와 예수」라는 주제는 참으로 참신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분열과 교권 다툼 때문에 세속의 질타를 받기 일쑤였던 종교계가 이제 본연의 사명를 자각하고 환골탈퇴한 모습으로 우뚝 섰다. 문제가 있다면 성직자와 학자가 아닌 일반 신자들의 화해와 대화에 얼마나한 파급력을 갖느냐 하는 것이다. 바라건대는 신도들 간의 화해와 대화에도 문이 활짝 열렸으면 싶다.

그리고 정치와 사회는 겸허한 자세로 오늘의 종교 화합에서 화해와 대화를 통한 양극화 극복의 해법을 배우라고 거듭 당부해 두고자 한다.

<금강불교 제 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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