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주물 대하듯 등록금 사용하며 스스로 경계해야

대학가가 등록금 문제로 작은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한국 대학에도 영향을 미쳐 각 대학마다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다. 최근 대부분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이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훨씬 상회했던 것에 비추어 올해의 등록금 동결 선언은, 대학 당국의 과장된 수사에 따르면, ‘뼈를 깎는’ 희생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IMF와 비견되는 경제난으로 많은 실업자가 발생하면서 대학등록금 문제가 민감한 사안으로 대두되었다. ‘대학 등록금 천만 원 시대’란 어구가 유포되면서 사람들은 새삼 대학 등록금이 적정한가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며칠 전 수십 명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로 거리 행진을 하고 삭발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문사회계열 학과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압도한 것은 이미 십여 년 전의 일이거니와, 이번 삭발 행사에 참여한 학생도 대부분 여학생이었던 것도 시선을 끈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이십대 초반의 여학생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까까머리가 되는 볼썽사나운 과정을 연출하면서까지 하고 싶었을 말은 자명하다. 대학등록금 문제를 정부, 대학에서 좀 더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려하여 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서울의 명문 대학에 입학하고도 돈이 없어 휴학을 밥 먹듯 하고 있는 청년의 딱한 사정을 TV에서 보고 가슴이 먹먹했던 게 나만은 아니었을 터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정작 그 돈이 얼마나 적절하게 쓰이는지 따져야 한다. 서비스 업소에서 내가 낸 돈만큼의 대접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 권리이듯, 비싼 등록금을 냈다면 그에 상응하는 쾌적한 교육 공간과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 현실은 대단히 열악하다. 늘어나는 학생 수에 비해 교육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교양강좌는 수십 명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뤄 수업에서의 토론과 피드백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부족한 재원과 공간 타령만 하며 문제의 본질을 비껴 나간다.

대학이 학생의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듯, 절의 살림은 신도들의 다양한 시주로 운영된다. 자칫하면 온갖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는 절 살림의 검소함을 말해주는 대표적 사례가 발우공양이다. 자기가 먹은 밥그릇을 깨끗이 씻고 남은 찌꺼기까지 마시는 발우공양 의식은 탐심을 버리고 바른 생각으로 도를 이루고자 하는 수행자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던 해인사 스님들이 시장해 떡을 먹는 것을 목격하고 “곰 같은 놈들, 수행자들은 적게 먹으라 했는데, 간식을 먹다니!”라고 불호령을 내렸다는 성철 스님이나, 시주 받은 재물을 함부로 탕진한 이들이 내세에 이무기나 뱀으로 태어난다는 것을 보여 후인들의 경계로 삼은 사명대사의 일화는 공금을 다루는 이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대학 행정 담당자는 신도들의 시주물을 대하는 수행자처럼 등록금을 공정하게 사용하는지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 각종 언론 매체를 도배하면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전직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돈 문제도 이런 청정심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나저나, 삼단 같은 머리카락을 자르며 등록금 문제를 제기하다 연행된 그 여학생들은 석방되었나? 눈을 씻고 봐도 권력과 얽힌 검은 돈 얘기뿐인 신문을 뒤적거리며 공연한 안경 탓만 하고 있다.

<장영우 - 동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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