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춘광 감사원장

불자 여러분, 편안하신지요?
봄 꽃 구경은 다녀오셨는지요? 얼마 전에는, 봄꽃이 활짝 피어나는 것을 시샘하는지 날씨가 추워져서 기온이 0℃ 이하로 내려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 모두 순탄하게만 돌아가기보다는 ‘꽃샘추위’처럼 작은 장애물이 있어서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고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것, 아마도 이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자연스런 이치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경제가 어렵다”며 ‘위기’와 ‘난국’을 호소합니다. 부자나라라고 불리던 이른바 선진국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의 대기업과 은행이 구제 금융을 받아 간신히 연명하는 사태까지 됐으니 가난하게 살아온 제3세계 국가들의 어려움이야 얼마나 심하겠습니까?

하지만 어렵게만 보이는 이런 시기가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만물의 영장’임을 확인할 수 있을 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꽃샘추위’를 이겨낸 식물들이 피워낸 봄꽃이 더욱 아름답고 향기롭듯이, ‘경제 위기’나 ‘난국’을 맞아 오히려 주변의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비를 실천하여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스스로에 대한 자비를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 세존께서 사위성 근처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그때 코살라의 파세나디 왕이 말리카 왕비와 함께 왕궁의 위층으로 올라가서 왕비에게 “말리카여! 그대에게는 그대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있으시오?”라고 물었습니다.

이 말에 왕비가 “대왕이시여! 제게는 제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대왕이시여! 대왕께는 누군가 대왕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있으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말리카여! 내게도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소.”
그 뒤 왕과 왕비가 부처님을 찾아뵙고 자기들이 나누었던 위 이야기를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두 사람의 말에 동의하며 이런 게송을 읊어주셨습니다.
“마음을 다 기울여 곳곳을 왔다 갔다 하여도/ 자기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지 못하네./ 그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해치면 안 되리.” (《우다나(Udana)》 5.1)

불자 여러분!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자기 가족과 이웃을 아끼고 나아가 동식물을 포함한 일체의 존재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일으키게 됩니다.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은 남에게 악한 일을 하거나 세상에 해로운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는 친딸을 수십 년 동안 지하실에 가둬놓고 성폭행을 해서 자식을 7명이나 낳은 ‘못된 아버지’가 재판에 회부돼 종신형을 선고받는 사건이 일어나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차마 거론하기 힘든 이 사건을 두고 언론에서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짐승들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동물들에게는 인간처럼 과도한 탐욕이나 성도착(性倒錯)증세 같은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번 사건의 원인과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정신의학자 등 전문가들은 이 ‘나쁜 아버지’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당한 학대 때문에 이와 같은 비뚤어진 성격이 형성되었다고 진단한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끝없는 구타에 시달렸고 친구도 거의 없었으며, 결국 ‘학대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갔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당한 학대와 구타가 심각했다고 해서 이 사람의 죄가 가벼워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합니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사랑받지 못하고 그래서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불자 여러분! 무엇보다도 여러분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먼저 익히십시오. 그 다음에 범위를 넓혀서 여러분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들도 각자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하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가족 구성원이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되고, 집집마다 웃음이 넘쳐나면 나라가 편안해지고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大學)》이라는 동양 고전에서도 “한 집안이 어질게 되면 한 나라가 어진 마음을 일으켜 어질게 된다(一家仁, 一國興仁)”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을 가족과 이웃에게 전해 나간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멀지 않아 정토로 바뀔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여러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정토 구현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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