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의 제14대 종회의원 선거가 10월 말께 실시된다. 조계종 제13대 종회는 9월 4일부터 8일까지 171차 임시종회를 마지막으로 임기를 끝내고 다음 종회 구성을 위한 선거전에 돌입한다.

종단 집행부의 실ㆍ부ㆍ국장 스님들 중에는 제14대 종회의원 출마를 스스로 선언하고 나서거나 주변에서 출마설이 분분한 스님들이 적지 않다. 이는 벌써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는 얘기다. 출마를 준비 중인 일부 교역자들은 현재 맡고 있는 종무보다는 종회의원 선거에 관심을 쏟고 있어 주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세간과 출세간의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종회라는 불교 종단의 기구 자체가 입법ㆍ사법ㆍ행정부로 나누는 세속 정치의 3권 분립을 모방한 입법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과연 출가자들의 집단인 불교 종단에 꼭 이러한 세속적인 성격의 입법부라는 종회가 있어야 하는지부터가 의아스럽다. 이미 불교 집안에는 대중의 의사를 수렴하는 산중공사나 임회(林會) 같은 훌륭한 전통이 있다. 이같은 전통을 발전적으로 변형시켜 종회의 역할을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인가?

굳이 종회를 두어야만 한다면 의원 선거 풍토만이라도 시정의 국회의원ㆍ지방 의회 의원 선거 등과는 다른 모범을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종회의원 선거에는 세속의 정치 선거를 뺨치는 혼탁과 금전 살포, 파당적인 대립과 갈등, 갖가지 꼼수들이 난무하고 있어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부디 조계종의 이번 제14대 종회의원 선거가 정법안장에 기초해 세속의 표상이 될 만한 불교계 선거의 신기원을 이룩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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