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지망자의 고학력화 추세는 승려의 자질문제 해결하는 첫 단추

불교 출가 승려 지망자들의 학력이 크게 높아져 불교계 안팎의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조계ㆍ태고ㆍ천태종 등 불교 3대 종단의 행자교육 과정 지망자와 수계자의 사회 학력이 많게는 70%가 전문대졸 이상이다. 조계종의 경우 지난달 11일 김천 직지사에서 개원한 제31기 행자교육 과정 입교자 232명(남 149, 여 83) 중 전문대졸 17명, 대졸 76명, 대학원졸 5명으로 전체의 42%인 98명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다. 연령대는 40대=81명, 50대=15명 등 40대 이상이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천태종의 경우 지난달 7일 구인사에서 행자교육 과정 이수 후 계를 받은 18명 중 70%인 12명이 전문대졸 이상이었다.

조계종의 행자 모집에 이처럼 고학력자가 대거 지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이 지난해 출가연령을 40세 이하에서 50세 이하로 상향 조정한 후 처음 실시한 예비승려 모집이라는 점에서도 이같은 고학력과 고령 출가는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학력ㆍ고령 출가자의 증가는 사회 전반적인 고학력화, 고령화 추세와 궤를 같이한 동조화 현상인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출가 승려 지망자들의 새로운 추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과 수행체계를 과연 여법하게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승려 지망자의 고학력화 추세는 일단 불교 발전과 포교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고학력이 본래 면목의 불교적 수행 속에서 용해돼 ‘지혜'로 승화돼야지 세속적인 알음알음이의 지식으로 계속 잔존해서는 전혀 무의미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반면 고학력화가 종단 운영과 수행 측면에서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리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불교적인 직관과 지혜가 아닌 세속적인 논리와 분석으로 종단의 사판(事判)이나 이판(理判)에 참여하면 출세간적인 불교 본래의 모습이 세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행에서는 돈오를 지향하는 남종선의 가풍을 따르는 한국불교의 전통상 돈오의 열쇠인 ‘직관'을 소홀히 하고 분석적 사변의 훈습을 벗어나지 못하면 깨침의 여로를 끝내 헤매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러한 부정적인 견해는 긍정적인 평가에 비해 극히 미미한 기우일 뿐이긴 하지만 일단 유념해 둘 필요는 있다. 승려 지망자의 고학력화 추세는 최근 여 년 동안 거듭된 불교 분규에서 가장 심각한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승려의 자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 단추다.

고학력 출가자의 급증은 천주교나 개신교에 비해 사회적 역할이 뒤져 있던 불교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근래 많이 바뀌면서 일어난 긍정적인 현상이다. 또 불교의 선ㆍ명상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라 고학력ㆍ고령자의 불교계 유입이 늘어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사회에서 낙오된 후에 귀의하거나 소외ㆍ일탈 등의 해결 창구로 출가를 택하는 것이라면 반길 일만도 아니다.

선의 문인화(文人化) 과정에서 사대부들의 선에 대한 관심이 세속에 대한 절망이나 위안과 연결돼 있음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의 본래 모습은 결코 염세주의나 은둔주의가 아니다.

선은 단순한 도피나 은둔ㆍ절망을 달래고자 하는 소극적인 은둔주의와는 궤를 달리하는 낙천적인 현실주의다. 선이 딛고 서 있는 현실주의는 현실과 이상을 통일시켜 현실 속에서 이상을 보고 순간에서 영원을 확인하는 만법귀일(萬法歸一)이 생동하는 ‘지금 여기'의 생생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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