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한반도에 쏟아 부은 폭우는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낳았다. 이번 수해는 일부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을 골고루 돌면서 전국토가 피해를 입은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비도 많이 뿌리고 피해의 규모도 컸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수재민을 돕기 위한 운동이 펼쳐져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구호물자 지원에도 신속히 나섰다. 국가적인 재난을 당하여 군관민이 하나 되어 이재민들을 돕고 나선 것이다. 이것은 매년 수해가 날 때마다 되풀이되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예년보다 심했던 물난리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 또한 각별했다고 하겠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수해도 심각하다는 것이 외신을 통해 밝혀졌다. 자세하지는 않지만 수해로 인한 사망자가 만명이 넘고 이재민이 150만명에 이른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가 반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는 대북결의안이 통과되고, 남북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던 쌀과 비료의 인도를 거절함으로써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적십자사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의 수해를 지원하겠다고 나서자 북한은 필요 없다며 거절해 버렸다. 그들의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민간의 지원은 받겠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이는 최초로 수해에 대한 대북지원을 시작한 국제구호단체인 JTS(이사장 법륜 스님)의 지원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였다. 이에 정부는 민간단체를 통해 대북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한 목소리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을 돕자는 운동을 펼쳤다.

남쪽의 분위기가 적극적인 지원으로 바뀌자 북한은 마지못한 듯 남쪽의 지원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섰고, 더 나아가 라면이나 옷 보다는 쌀이나 건설장비와 건설자재를 보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남북적십자사는 금강산에서 대북지원을 위한 만남을 통해 2000억원에 이르는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북한은 남쪽의 인도적인 지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어쨌든 이번 북한의 수해로 인한 피해는 언론에 보도됐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피해가 있었던 것 같다. 몇 개월 동안 준비했던 아리랑 공연까지 취소하고, 8.15 남북 합동 축제마저 취소시키고 수해복구에 나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해외 지원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힘만으로 수해를 복구하겠다고 자존심을 내세운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압력 때문이었으리라. 지금 북한은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불협화음을 감수하면서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행태는 우리의 입지까지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로서는 민족이라는 이름아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확고한 입지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어려운 점을 우리가 앞장서 돕고자 하는 것은 인도적인 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자존심만을 내세우고, 자신을 돕고자 하는 상대의 입지를 어렵게 하는 북한의 행태는 분명히 바뀌어야 하리라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분단 상황에서 변하지 않는 북한을 앞에 두고 우리끼리 싸우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이제는 지양해야 할 때이다. 이번 수해로 인한 대북지원에 우리가 한 마음으로 나섰던 것처럼 우리의 단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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