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법칙 발견한
인간 붓다 재조명 해보자

영국의 뉴턴은 독일의 천문학자 케플러가 발견한 행성의 운동에 관한 세 가지 경험법칙으로부터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 법칙을 외부 천체에 처음으로 적용해 혜성의 정체를 밝힌 사람이 영국의 천문학자 핼리이다. 그리고 고전 물리학은 바로 뉴턴의 중력법칙과 세 가지 운동법칙을 통해 완성됨으로써 뉴턴은 인류역사에 길이 남는 인물이 되었다. 나아가 20세기 초에는 아인슈타인이 4차원 시공간에 대한 상대성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과학문명은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여기서 뉴턴이 발견한 거시 세계에 적용되는 중력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일반화된 중력장 이론은 모두 물체에 적용되는 상호관계의 법칙이다.

2600여 년 전 붓다는 새벽 별을 보고 성도한 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다. 그것이 곧 연기법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연기법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니요, 다른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여래가 세상에 나오거나 세상에 나오지 않거나 법계에 항상 머물러 있다. 저 여래는 이 법을 스스로 깨닫고 바른 깨달음을 이룬 뒤 모든 중생을 위해 분별해 연설하고 이렇게 드러내 보이신다.” 연기법은 무시이래로 우주와 함께 존재하는 궁극적 진리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연기를 보면 법을 보고, 법을 보면 연기를 본다.”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상호 의존적인 주고받음의 관계가 연기법이다. 따라서 연기법은 곧 만물의 존재 양식이며, 연기적 관계에 따라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고정된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만물은 제행무상이고 제법무아이며, 이런 자아 해체적 현상을 공(空)이라고도 한다. 연기법이 우주 만물에 적용될 때는 중력적 고리에 얽힌 중중무진의 우주 인드라망을 이루고 연기법이 인간에 적용될 때는 인연의 고리에 얽힌 인간 인드라망을 이룬다. 따라서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의 생주이멸과 성주괴공은 바로 이런 연기법에 따라 일어난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중력법칙은 물질세계에만 적용되는 데 비해 붓다가 발견한 연기법은 물질과 정신세계 모두에 적용되는 우주의 근본 법칙이며 진리이다. 이처럼 위대한 연기법을 붓다가 2600여 년 전에 발견했는데도 어찌하여 인류문명사에서 그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가?

붓다의 수많은 법문 속에는 궁극적 진리보다는 대중을 위한 방편설이 많아 연기법의 중요성이 가려지고 있으며 또한 연기법을 근본 원리인 체(體)가 아니라 방편으로 쓰이는 용(用)으로 보는 견해, 그리고 연기법에서 나온 공사상(空思想)이 불법의 진수인 것처럼 여기는 전도된 견해 등등에 의해 불법에 내포된 연기법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과학적 우주관이 올바르게 세상에 알려지지 못하게 된 것 같다.

붓다는 한 인간으로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인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가르쳐준 성자이다. 그런데 후대에 그를 지나치게 우상화하고 또 신비화함으로써 인간 붓다는 사라지고 의인화된 부처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원과 기복 신앙의 인간중심적 종교로 전락되면서 붓다의 심오한 불법이 망각되고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체망원경을 발명한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유엔이 올해를 ‘2009 세계 천문의 해’로 선포했다. 이 해를 맞아 우리 불자들은 갈릴레오보다 2100여 년 앞서 하늘의 별을 보며 이 법을 깨닫고 우주의 연기법을 발견한 붓다를 올해의 위대한 천재적 인간으로 기리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이시우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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