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매우 추워져서 이젠 본격적인 겨울에 들어간 듯합니다. 겨울 지낼 준비는 모두 갖추셨는지요?
날이 추울 때일수록 ‘따뜻한 이야기’, ‘우리들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사연’들이 더욱 많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입니다.

올해는 미국에서부터 불어온 ‘경제 위기’의 거센 바람이 전 세계를 강타하였습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경제위기의 바람이 거대한 태풍처럼 밀려오고 있어서,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일터를 잃은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구조 조정 등으로 다시 직장 밖으로 몰려나갈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 겨울은 더욱 차가운 바람이 사람들을 힘들게 할 것 같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일어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작은 난관을 만나서도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쉽게 무너져 내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둘 사이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주변 사람, 특히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성패의 갈림길일 것입니다.

11월 24일 한 일간지에는 〈아빠와의 친밀한 관계가 당당한 여성 리더 만든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자식이 훌륭한 지도자로 우뚝 서려면 아버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입니다만, 이런 역할이 꼭 아버지와 딸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겠습니까? 가족 구성원 상호간에 양방향으로 필요한 것이 사랑과 관심, 그리고 각자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하는 것이겠지요.

일방적 순종과 의무를 강조하는 다른 종교나 사상과 달리, 부처님께서는 《선생경》과 《옥야경》 등 여러 경전에서 부모에 대한 효도뿐만 아니라 부부 상호간의 책임과 의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도 누누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하신 이유는, 행복한 가정을 가꾸려면 가족 구성원이 모두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곳곳에서 이런 가족 관계의 기초가 무너져 내리는 소식이 전해져 사람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가족들 사이에 재산 다툼을 벌이다 소송까지 이르렀다”는 소식은 너무 자주 있어서 이제는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닌 상황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가족들 뒷바라지 하며 일생을 바쳐온 40대의 남성이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괴로워하다가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의 행위에 대해 “그래도 목숨까지 버릴 이유가 있겠느냐?”며 비판하는 이들도 많이 있겠지만,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 힘들게 일하며 뒷바라지해도 아깝지 않았던 사람들, 자신의 존재이유였던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은 가장이 느낄 비애(悲哀)와 절망감이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면 함부로 욕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부모가 있는데도 양육을 포기하고 보육원에 맡기는 ‘고아 아닌 고아’가 날로 늘어나고 있고, ‘돈 없어 아이를 키우지 못하겠다’며 보육원에 맡겨놓고 다시는 찾으러 오지 않는 부모들이 점차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굳이 ‘천륜’이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세상의 그 어느 것보다 귀중하고, 부모와 자식으로 만난 것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생의 인연에 따른 것인데,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그 소중한 인연을 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부모에게서 이렇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갖게 될 불신감은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런가 하면 AP 통신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해온 사진 한 장은 우리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합니다. 그 나라에서는 주식인 밀 수확이 예년의 반밖에 안 되어 식량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70세 할머니가 굶주리는 가족들 걱정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진한 가족사랑에 가슴이 뭉클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가족 사랑이 있는 한, 아무리 어려운 환경과 조건에서도 그 가족들은 그것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11월 26일 연합뉴스에는 〈어려울 때 아메바도 가족 찾는다〉는 흥미로운 과학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 베일러 의대 연구진들이 “단세포 생물인 아메바도 먹이가 모자랄 땐 혈연을 찾아 뭉쳐 협력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한다”는 사실을 발견해서 “살다가 힘들 때 가족을 찾는 것은 사람만이 아님”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단세포생물’이라고 세상의 생명체 중에서 가장 열등한 것으로 여겨왔던 아메바도 어려움에 처하면 가족을 찾아 서로 협력을 한다니,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아주 무겁게 다가오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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