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가 한국문화의 핵심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통념이요 하나의 상식이었다. 실제로 불교는 1600여 년 동안 한국문화사에서 주류를 이루어 왔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것이 우리 민족의 문화 의식 속에 용해되고 육화됨으로써 불교문화가 바로 한국문화라는 것이 체질적으로 상식화되어 왔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석굴암ㆍ다보탑ㆍ팔만대장경판ㆍ직지심경 등이나 국보ㆍ보물ㆍ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수많은 불교문화재, 전국 박물관 소장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유산이 한국문화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오랜 동안 불교가 우리 민족과 함께 호흡했기에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21세기 문화시대를 맞으면서 불교문화를 넘어 한국 전통문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거대한 서양의 문화체계가 특정 종교의 일부 독선으로 위장해 우리의 문화 상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려고, 이른바 선교 전투를 벌이고 있다. 서양 종교로 인해 겪고 있는 우리의 문화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는 두 갈래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첫째는 불교계나 유관 인사들 중에서 위와 같은 위기에 자극받아 불교문화ㆍ문화재를 불교의 전유물로 간주하면서 그 불교적 특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불교적 독자성을 강조한다는 것이 오히려 그 문화적 보편성과 한국문화와의 융합을 부인하는 결과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불교문화나 문화재에 대한 지나친 옹호와 집착으로, 상대 세력에 대응하기보다는 그들의 분쇄작전에 말려들 우려마저 자아낸다.

상실 위기 불교문화 상식
올바른 좌표 정립만이
한국전통문화 보존의 길


둘째로는 이른 바 특정 종교의 극단적 신봉자들이 중심이 되어 불교문화ㆍ문화재의 문화적 보편성과 한국 문화적 가치와 위상을 근본적으로 부정ㆍ훼손시키는 언동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공인된 국보ㆍ보물급 불교문화재에 대해 불교적 요소와 특징을 희석시키거나 축출시키려 혈안이 되고 있다. 엄연히 존재해 온 유명한 불교문화재에서 불교적 색채를 빼내 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물론 새로 발굴된 초국보급 유물인 무령왕릉문물이나 백제금동대향로 등에서 불교적 성격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조직적 작업을 감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특성과 계보가 없는 문화로 묶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는 유명하지 않은 불교문화와 문화재는 처음부터 불교만의 특수한 우상숭배 자료라 취급하고 이단시ㆍ미신시하여 아예 문화적 보편성과 한국문화 상의 가치와 위상을 묵살하고 있다. 일부 광신자들은 보호시설이 미비한 불교문화재를 훼손ㆍ매몰시키는 사건까지 일으키고, 심지어 공공기관에 파고 든 그 세력의 일부는 국민 모두가 사용하는 관광ㆍ교통지도에서 사찰을 고의로 누락시키는 사고를 저지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불교문화는 이리저리 훼손되고 변질되면서 그 문화적 특수성과 보편성을 잃고 한국문화사에서의 가치와 위상까지도 말살될 위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문화세기의 광명천지에서 이러한 현상은 용납될 수 없다.

이제 모든 것을 초월해 불교문화ㆍ문화재가 창조성을 갖춘 한국문화라는 것을 재삼 인식해 상실 위기에 놓인 불교문화 상식을 적극적으로 회복할 때다. 이것만이 불교문화의 실상을 중도적으로 밝혀 한국문화 상의 진가와 좌표를 올바로 정립하는 길이며 나아가 한국 전통문화 보존의 첩경이기 때문이다.

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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