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응 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2.4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부채는 3천960만 원 정도로 정부 수립 이후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국민들의 개인별 부채뿐만 아니라 국가부채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채의 증가는 결국 국가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게 만든다.

지난해 금융 감독 당국이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의 금융부채와 금융자산 추이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가계는 평생 은행 빚을 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부채가 최고점에 이루는 시점은 미국이 35세에서 44세 사이이고, 일본은 40세에서 49세 사이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0세에서 55세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미·일 삼국의 부채구조를 비교해 보면 미국인들은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빚을 많이 지고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데 비해 일본인들은 40대의 장년기 초입에 많은 부채가 있고 이후 감소한다. 반면에 한국인들은 50대 이상의 장년기말에 부채가 정점을 찍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분석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년퇴직 직전까지도 빚에 허덕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정년퇴직을 해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가계도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다수의 사람들은 평생 빚에 허덕이고 그 빚이 자식들에게까지 대물림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복을 주변에서
찾는 지혜와
노력 필요하다

〈아함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세간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조건’에 대하여 설하신 가르침이 있다. 그 행복의 조건에는 소유하는 행복, 나누는 행복, 빚 없는 행복, 비난 받지 않는 행복 등이 있다. 필요한 것을 소유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갚을 빚이 없고, 더불어 손가락질 받을 만한 허물이 없다면 최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사람들 중 다수는 소유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고, 나누는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남에게 갚을 빚이 있다면 본질적인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빚이 있다면 비난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 중에서 빚에 몰려서 자살하는 경우도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더 잘 살지는 못할지라도 사회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지혜와 국민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도한 욕구로 능력을 벗어나 사업을 도모하거나 경제적 이득을 추구한다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옛날 페르시아에는 이런 우화가 전해진다. 농장을 가지고 여유 있게 살던 사람이 이웃으로부터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찾으면 금방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이 사람은 농장을 처분하고 비싼 보석을 얻기 위해서 먼 길을 떠났으나 결국 다이아몬드를 찾지 못하고 죽었다. 그러나 농부로부터 농장을 매입한 새로운 농부는 어느 날 자기 땅의 개울에서 빛이 영롱한 다이아몬드를 찾았다. 그리고 그 근처를 파보니 엄청난 양의 보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행복은 멀리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에 항상 있다는 것을 누구나 깨닫고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빚 없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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