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에 이르러 경전공부에 심취하는 여성 불자들이 많은 줄로 알고 있다. 얼마나 고맙고 신나는 일인가?
조선시대만 해도 딸들은 공부를 시키지 않고 아들만 공부를 시켰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현대에 이르러 여자들은 남자들과 차별 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만 해도 시대를 잘 타고 난 셈이다. 더구나 경전공부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불교경전에는 팔만사천의 경이 있다 하니, 그 수도 많을 뿐만 아니라 모두 어려운 뜻과 한문으로 돼 재가자들이 공부하기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불경을 공부하고 싶어도 배울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은 동국대학교의 불교대학을 비롯해 정규 불교대학은 물론 전국적으로 여러 종류의 불교대학들이 있고, 사찰 등에서도 불경을 가르치고 있으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좋아진 셈이다.

불경 공부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조계종단의 소의 경전인 《금강경》을 비롯해, 《아함경》, 《초발심자경문》, 《법화경》 또는 《천수경》 등의 경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경전들은 불자로서 당연히 공부해야 할 경전들이다.

그러나 이제 여성 불자들이 꼭 공부하고 신행해야 할 경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승만경》이다.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지는 않았으나 우바새의 《유마경》과 우바이의 《승만경》은 재가불자로서 부처님의 수기를 받은 ‘경’으로 쌍벽을 이룬다.

여성불자 정체성 확립과
신행 지침 개발을 위해
《승만경》 공부하자

《승만경》의 ‘승만’은 아유타국 왕비의 이름이다. 승만은 재가여성으로, 부처님으로부터 장차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았다. 그리고 부처님 앞에서 10대 서원과 3대 원을 세우며, 정법에 관해 자기주장을 말했고, 세존은 이를 받고 청허하셨다. 그래서 승만 왕비의 이름을 따서 《승만경》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승만경》은 여성 불자의 소의경전으로 삼는 것이 옳다고 본다. 승만 부인의 10대 서원과 3대 원은 곧 여성 불자들의 원이자 여성 불자들의 바른 신행의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불자들은 이 《승만경》을 통해 여성 불자들의 정체성을 찾고 신행의 지침서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따라서 여성 불자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이 《승만경》을 최소한 한 번은 공부해야 한다.

물론 과거에 《승만경》 공부가 전연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또는 관심 있는 이들이 모여서 공부했지만 극히 소극적인 공부에 그쳤다. 따라서 《승만경》의 출판도 본격적 경전 보급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대부분 공부한 것을 단행본으로 출판하거나 다른 경전과 묶어 출판해왔다. 이런 상황에 불교여성개발원에서는 《승만경》이야말로 여성 불자의 수행에 꼭 필요한 경전임을 깨닫고 《승만경》을 여성 불자들의 소의 경전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승만경》 공부 시작의 큰 서원을 세웠다.

그래서 9월부터 탁연 스님의 강의로 《승만경》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 세워졌으며, 《승만경》 공부는 앞으로도 해마다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여성 불자들은 《승만경》 공부를 발심해 보자.

그러므로 앞으로 여성 불자들은 《승만경》 공부를 통해 여성 불자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될 것으로 본다. 이제 우리 여성 불자들도 이 《승만경》을 잘 공부하고 그 내용대로 바르게 신행해 승만이 되기를 서원해 보는게 어떨까?

이 인 자
경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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