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 문제는
언어와 사실의 괴리
보여주는 정치적 논리


지금 세상은 언어가 난무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언어는 비록 한 마디의 말이라고 해도 세상에 발설되면 그 나름대로의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그것을 ‘언어 세계’라고 하며 그 언어세계는 그와 대응하는 ‘사실세계’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된다.

언어세계가 그와 대응하는 사실세계 간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서로 일치하는 것이다. 과학언어는 대체로 사실세계와 잘 일치해 대화자 상호 간에 동의가 쉽게 성립하기 때문에 별 이견을 일으키지 않는다. 반면 언어와 사실 세계 간에 가장 큰 괴리(乖離)를 일으키는 예는 지역 간 또는 국가 간의 종교 문제나 영토 문제가 있을 때 일어나는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상에는 그 외에도 많은 지역에서 종교, 종족, 영토 문제 등으로 상호간 정치적 언어세계는 실상 사실세계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그들 간에는 항상 긴장이 존재하고 무력적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경계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미국 지명위원회가 31년 간 ‘한국령’으로 분류했던 독도를 ‘주권 미지정’으로 분류했다. 역사적으로 우리 영토가 확실하고 현재 한국의 실효적 지배하에 있는 독도를 주인 없는 암초로 분류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미국 측의 이유는 사실세계와 매우 거리가 먼 언어의 유희이다. 더욱 지난 7월 14일 일본정부가 일본의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명기하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 지 열흘도 안 되고 한국이 완강히 반발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미국 측의 돌연한 행태를 볼 때 그것이 오늘날 한일 간에 독도문제가 제기되도록 빌미를 제공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6차 초안이 바로 상기되기 때문이다.

1951년 9월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체결된 연합국의 ‘대일본 강화조약’에서는 처음부터 5차 초안까지 독도가 한국 영토로 표시됐는데, 일본이 미국을 앞세워 맹렬한 로비를 한 결과 6차 초안에서는 일본 영토로 수정 표시됐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내 반대의견과 영국 등의 반대로 최종안에서는 독도란 명칭을 조약문에서 아예 삭제해버렸다.

1951년 8월 1일 미국 국무장관 러스크가 보낸 문서에는 “독도, 또는 타케시마, 리앙쿠르 바위로 알려진 섬에 대해, 통상 무인도인 이 섬은, 한국의 일부로서 취급됐던 적이 전혀 없고, 1905년경부터 일본의 시마네현 오키 지청의 관할 하에 있었다. 이 섬은, 일찍이 한국에 의한 영토 주장이 있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것도 일본의 고차원적 로비에 의한 결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오늘날 일본이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근거이며 국제재판소에서 가려보자고 큰 소리를 하는 근거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돌아 볼 때 그들의 언어 논리는 사실세계와 너무 다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국제관계이기 때문에 정치적 논리만 해결이 가능하다.

금번 미국 지명 위원회의 독도 처리도 그들의 문안의 내용이나 조용하던 일본이 다시 큰 소리를 하는 태도의 변화 등으로 미뤄볼 때 개인적 생각으로는 일본 정부의 고차원적 계획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러면 그동안 우리 정부는 무었을 했었는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립을 표방하지만 국제간에는 원하는 쪽에서 인식을 시키고 강력히 요청을 하지 않을 때 상대방이 스스로 알아서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준  건국대명예교수, 실상과 과학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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