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 층 회의실에서 “사찰경영연구” 제 1 차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제는 신도를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며 사찰운영을 경영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또 그러한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발표자의 주장을 둘러싸고 다양한 토론이 이어졌다. 다수의 토론자와 참석자는 발표자의 주장에 동의를 하였지만, 일부에서는 발표자가 ‘너무 세속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하면서 세속의 경영이란 불교가 추종해야 할 그 무엇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여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하였다. 또 어떤 토론자는 불교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전략 및 전술 차원에서 경영마인드를 도입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이날 세미나의 사회자였던 필자는, 오늘날 한국불교는 불가피하게도 다양한 문화적 가치의 충돌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충돌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의 선출 방식과 관련하여 이른바 ‘추대제'와 ‘직선제'를 둘러싸고 수많은 논의가 분분하게 일어나는 것도 문화적 가치 충돌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야를 넓히면, 이러한 충돌은 서구적 기원을 갖는 근대문명이 비서구권 사회로 확산되면서 이미 시작된 현상이다. 한국사회의 경우에도 서세동점 시기에 개화파, 수구파, 그리고 동도서기론자 등의 시각이 충돌하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 후 비서구사회의 근대화도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그 결과, 이제는 사회의 전 영역에서 아시아적 종교 전통과 근대적 합리성 사이의 충돌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충돌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인류사회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환경문제, 불평등문제, 그리고 인간 소외 현상 등이 서구적 기원을 가진 근대성의 부정적 부산물로 밝혀지면서, 그리고 특히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그 발전경로의 독특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불교 전통(혹은 유교 및 이슬람 전통)과 근대적 합리성 사이의 충돌은 더욱 첨예화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지역화 경향은 기름을 붓는 격이다. ‘문명의 충돌'이나 ‘문명의 대화'와 같은 논의의 등장, ‘또 다른 근대성', ‘토착적 근대성', ‘다중적 근대성' 등과 같은 개념의 유행, 그리고 ‘유교적 근대성', ‘이슬람적 근대성', ‘불교적 근대성' 등의 신조어 생산은 모두 이러한 충돌을 설명하려는 지성사적 고뇌의 산물이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불교 전통과 근대적 합리성을 여하히 결합할 것인가의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 나가는 것이다. 불교는 최상승의 지혜이기 때문에 근대적 합리성은 무시해도 괜찮다는 태도는 불교의 고립 및 퇴보를 자초할 위험성이 있으며, 불교 전통을 청산하고 근대적 합리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시각은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기까지 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중도의 지혜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유승무(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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