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고 싶은 젊은이에게 말한다. “아이를 낳으면 부자가 된다.” 그 말을 누가 곧이듣겠냐고 하면 직접 해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직접 해 본 사람이 있다. 서른다섯 살 후배가 고독한 노총각으로 있었다. “결혼 해야지” 하면 “아니, 변변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 하나도 힘든데 장가를 가서 어떻게 책임져요.” “아니지, 어차피 고생하는 건데 혼자 하기보다는 둘이 하는 게 나을 걸.”

얼마 후 그 후배가 결혼을 했다. 양가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신혼살림을 차리고 둘 다 하던 일을 열심히 하는데 두 살림이 한 살림으로 모아지니 행복은 배가 되고 한쪽 생활비가 절약되었다.

형색도 훨씬 가다듬어지고 때깔이 좋아졌다. “이제 아이를 낳아야지” 했더니 “아이구, 우리 둘이 벌어야 겨우 사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먹고 살겠어요. 교육비도 만만치 않아요.” “그래? 일단 낳기만 해봐. 만약 못 키우면 내가 키워 줄게” 물론 뻥이다. 뻥도 믿는 곳이 있으니까 친다. 얼마 후 그 후배의 아내가 아기를 가졌다. “누나, 누나 말만 믿고 유미가 아기를 가졌어, 아무튼 큰 일이야. 시간강사 자리도 불안 불안한데” 열 달 후 아들이 태어나고 얼마가 지났다. “아기 못 키우겠으면 데려오지 그래” 하니까 “아니야 누나, 누나 말 듣길 정말 잘했어. 우린 벌써 부잔 걸. 억만금 주고도 못 사는 걸 우리가 가졌다는 걸 알겠어. 그리고 학진 프로젝트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좀 바빠. 과외로 나가는 학원도 학생이 계속 늘고 있어서. 이게 다 누나가 말한 그 아버지 힘인가 봐.”

일이 늘었다는 것은 뭘 말하는가? 전에는 쉽게 때려치우기도 하던 일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하고 더 적극적으로 잘 해낼 수 있도록 능력이 신장된 것이다. 능력을 신장되게 한 힘은 어디서 나왔는가? 자기를 믿고 이 세상에 태어나 준 아기에 대한 사랑의 힘이다. 사람에게 내장된 무한능력은 그것을 꺼내 쓸 필요가 있을 때 생성된다.

아무것도 없다는 건
모든 가능성의 시작
필요하면 이뤄진다

아버지라는 존재의 핵으로부터 분열된 분자인 나는 아기를 낳는 순간 또 다른 핵의 중심이 된다. 중심에 서서 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삶과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싹트고, 돈이 보이고, 그것들의 흐름과 움직임이 보인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람이라는 대단한 것을 창조 해본 사람은 이제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된다. 모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에 기대어 창조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까.

요즈음 돈이 없거나 능력이 없다고 아이를 못 가지거나 안 가지는 젊은이들을 흔히 보게 된다. 수학적 계산 대로라면 아이가 없는 집이 부자이고 아이가 많은 집일수록 가난하게 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잘 살펴본다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랑의 수식은 십진법이 아니라 무한진법이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으면 직접 해보라. 아이를 낳으면 능력이 생긴다.

후배는 다음 학기 겸임교수가 된다. 서로 바빠 아직 축하 인사도 못 나누었다.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모든 가능성의 시작이다. 모든 설계의 밑바탕이며 창작의 근본이다. 원하면 누구나 아무것도 없음이라고 하는 이 무한 에너지의 원천으로부터 언제든지 새로운 용기와 힘을 충전 받을 수 있다.

이 경 시인ㆍ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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