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석 항고심 재판부 교육재량권 확대 해석 국민상식 어긋난 횡포

학교 내 종교자유를 주장했던 강의석씨 사건 관련, 최근 ‘종교자유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대광고측의 손을 들어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두고 일반국민들은 대체로 놀랍고 의외라는 반응이다.

2004년 강씨는 ‘종교적 차별이나 강제는 위헌’이라며 1인 시위, 단식 등으로 저항하다가 2005년 10월 대광고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2007년 10월 1심에서 승소함으로써 수십 년 동안의 강제예배 관행에 제동을 건 역사적인 판결을 이끌어 냈으나, 지난 5월 8일 항소심에서 패소, 그 여파가 사회갈등으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심 판결 차이의 핵심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으므로 종교의식 참가를 동의한 것”이라고 본 대광고측 주장에 대한 해석이다.

원심은 “기본권의 중대성과 고등학생들이 미성년자로서 독자적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무능력자임을 감안할 때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해서 곧바로 동의한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판단인데 반해, 항소심은 “1학년 입학 당시 교육을 충실히 받을 것을 선서했으며, 고3이 되어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별다른 의사표현 없이 종교수업에 임했고 종교의식에도 참석한 것으로 보아 강제로 이루어진 교육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점이다.

이번 판결을 개신교인 대통령의 당선과 사회전반의 보수화 경향과 관련지어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의 상식적인 법감정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사회적 손실이 아닐까 싶다.

우선 ‘학교에서의 모든 강제적 행위에 대해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반대나 항의 표시가 없을 경우 자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무리한 법리 주장이 문제다. 미성년자인 학생들의 의사결정권과 청소년의 인권 문제가 전반적으로 심각히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이유다.

더구나 학교 선택권이 없이 국가에 의해 강제 배정되는 학생의 입장과 종교사학일지라도 국고지원이 50%가 넘어 실질적으로 공립학교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의 종교의 자유’보다 ‘종교사학의 교육재량권’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항소심 판결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한편 예민한 종교인권 문제에 대한 세심한 고민 없이 안이하게 재판부를 배정했다는 점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재판장이 독실한 개신교인인데다 대광고를 설립 운영하고 있는 예장통합교단 소속 교회의 장로이기 때문이다.

우연치고는 기막힌 우연 아닌가. 재판장으로서 부적격하다고 느낄 만하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 종교 관련한 재판이 흔치 않기에 ‘제척사유’에 종교 문제가 규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뿐이지, 집단의식이 강한 기독교의 경우 어찌 보면 친인척보다 더 끈끈한 소속감이나 유대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 아닌가 싶다.

특정종교에 심취해 있는 판사가 타종교인의 심적 고통과 종교인권을 깊이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종교를 위해 결론은 미리 내려놓고 궁색한 변명을 찾으려 한 사법권의 남용이자 국가권력의 횡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까닭이다.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법관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좌지우지 된다는 사실이 불안하다. 앞으로 심각한 사회분열은 바로 종교문제로부터 올지 모른다는 염려가 현실화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종교사회지도자들의 사회통합과 인권수호에 대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광서 서강대 교수,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