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새로운 시대를 문화세기라고 한다. 기실 불교도 문화세기를 맞이하였다. 적어도 우리에게 있어 불교는 독특하고 편협한 종교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열린 문화라는 것이 새롭게 인식되어 오기 때문이다. 원래 대승불교·대중불교는 문화로써 존재하고, 문화로써 표현되며, 문화로써 기능하여 온 게 사실이다. 불교가 전래된 이래, 오랜 세월 이 불교를 믿고 생활해 온 우리 민족은 불교문화가 체질화되고 육화되어 그 전통 속에서 살아 왔다. 그러기에 우리 문화는 불교문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우리 민족은 불교문화 속에서 살아 온 게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기반과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화세기를 맞아 새로운 불교문화시대를 불교중흥의 선봉으로써 열어가야 한다. 이제 와서 불교가 다른 종교와 상대하여 대중 포교와 교세 확장을 위하여 온갖 전략을 창출·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민족문화의 흐름으로 심층화·음성화되어 있는 불교문화를 개발·선양하여 대중화하는 것이 가장 긴요한 일이다. 이것이 불교를 현대적으로 중흥시키고 신민족종교로 승화·확산시키는 최선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해마다 문화로 오시는 부처님을 문화로써 맞이하여, 불교문화의 중흥과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실 부처님은 불교문화의 창시·모체요, 그 보호·육성의 위신력이시다. 부처님은 천백억화신으로 상주하며 해마다 새롭게 오시어 문화로써 일깨우시고 문화로써 제도하시며, 문화로써 복덕을 베풀어 주셨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역대의 불교는 언제나 불교문화의 중흥으로 찬연히 꽃피어 왔던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 불교계나 민중들은 불교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이에 동참하는 의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값진 불교문화재에 대한 새로운 평가, 사찰에서의 생동하는 문화체험, 현대적으로 재연된 불교문예물의 적극적인 감상 등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전통적으로 가장 전형적인 것이 해마다 새로워지는 부처님오신날의 불교문화축제다. 해마다 부처님이 문화로 오시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교문화축제는 일찍부터 민족문화의 핵심적 일환으로 정립되어 온 것이다. 이것은 삼국·신라와 고려를 통하여 민중문화·민족문화로 자리잡았지만, 배불의 조선사에서는 불교의 운명과 나란히 축소·폄하되었던 터다. 그러던 것이 불교의 중흥세를 타고 부처님오신날이 국경일로 제정·시행되면서, 불교계 내지 거국적인 불교문화축제로 서서히 복원·발전하게 되었다. 이런 축제가 점차 그 전통을 되살리고 현대적으로 본격화되면서 불교계는 물론, 대중적·국민적 축제, 국제적 문화축제로 각광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총합되어 이른바 시중 제등행렬로 꽃피고 빛나는 터다. 거기서는 새롭게 오신 부처님을 모시어 찬탄하고 서원하며, 깨달아 행복을 누리는 최대의 문화축제가 뜻 깊고 알차게 벌어진다. 불교의 모든 것을 선언·선양하는 문화의 현장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교세나 신도수 불리기에 집착하지 않고, 다만 이 불교문화의 축제를 대중화·민족화·국민화하는 데에 만족할 따름이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무애 자재한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교문화의 중흥이 바로 문화세기에 상응하는 현대불교의 중흥이다. 이러한 불교문화축제의 실상과 위상을 올바로 평가·정립하여, 한국 내지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공인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부처님이 해마다 오시는 참뜻이기 때문이다.

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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