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노인 위한
종단 운영시설 등 만들어
부처님 말씀 실천해야

부처님은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나 관념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나 우리의 삶에 대해 말씀해 주었다. 독화살의 비유에서도 잘 나타나듯 지금 이 자리에서의 삶이 관심의 대상이며, 사후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것은 현재의 삶의 문제로서 접근해야 함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문화나 사회제도 등의 영향을 받아 언제나 변화하게 마련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 삶의 모습이나 관심은 변하고 따라서 중생과 함께 해야 하는 불교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또 시대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고 진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한 사회 참여를 통한 포교야말로 한국 불교가 역사적 불교로부터 중생과 함께하는 현장의 불교로 거듭나는 발판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불교계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우리 사회의 여러 변화 중 하나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다. 이미 우리 주위의 한두 집은 노인들을 부양하고 있으며 이들이 지닌 만성 노인성 질환에 의한 의료비 지출도 해당 가족과 국가 양쪽 모두에서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상황은 많은 부분이 국가에서 책임지고 담당할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각 가정의 몫으로 떠넘겨져 왔다. 유교 사상이 뿌리 깊은 우리 사회에서 나이든 부모를 양로원이라고 불리던 노인 요양시설에 의탁하는 것은 마치 불효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문화가 있었기에 이러한 현황은 정당화됐을지는 모르지만, 핵가족화가 진행된 현대 산업사회에서 노인들을 위한 공공 장기요양기관이 활성화되지 않는 한 개인 차원에서 병든 노인을 모시는 일은 가족에게나 노인에게나 양쪽 모두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많은 병든 노인들은 개인 가정 내에 방치돼 있는 것이 현황이다.

그런데 최근 주요 일간지에 ‘민간장기요양기관 확충 사업설명회’를 한다는 공공 광고가 눈에 뜨인다. 그동안의 우여곡절은 뒤로 하고 다행히 올 7월부터 시행예정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가 및 시설 인프라 확충을 위해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사업설명회도 열어 장기요양기관의 설치에 대한 홍보를 전개하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고령화 사회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던 노인들의 장기 요양 문제를 이제 말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풀어갈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서 추진되고 있는 장기요양기관은 개인이나 일반 사회복지법인 외에도 종교법인에 의해서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불교계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무릇 태어난 것은 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치며, 부처님도 병자를 돌보는 큰 공덕을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사회 복지 측면에서의 접근은 단순히 자신들의 종교를 전파한다는 의미보다는 자신들의 종교적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참여의 장으로서 보아야 한다. 나이 들고 병들어 힘없는 노인들을 위한 종단 운영의 시설이나 재가요양 체제를 만들어 부처님 말씀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사회 속에 보여주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그동안 한국불교는 타 종교와 비교해볼 때 사회 참여가 너무도 부진했다. 타종교의 그러한 적극성이 경우에 따라서는 도를 지나쳐서 부정적 면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종교로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자세로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최근 청소년 포교 등 사회적 사안에 대해 항상 뒤늦게 대책을 마련해 오던 한국불교가 고령화 시대에서 이미 구체화되어 시작되고 있는 노인 복지 문제에 있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서 중생요익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실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 희 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