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한 달 반쯤 남겨놓은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상대로 한 말이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 “물러나는 전임자를 향하여 구정물을 뿌리지 말고 소금도 뿌리지 말아 달라”는 말이다. 엊그제는 인수위가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한나라의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지만 노 대통령이 국정업무를 다루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 말이니 여간 당혹스런 일이 아니다.

한편으로 가만히 정황을 돌아보자니 대통령 쪽에서도 어지간히 화가 나고 노엽기도 했던 것 같다. 권좌에서 물러날 상황도 기분 나쁜데 그 권력을 이어받을 사람들이 문 앞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못마땅했겠는가. 게다가 그 사람들이 같은 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늘 ‘우파 보수골통들’이라고 몰아붙였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들이 인수 작업과정에서 현 정부사람들을 질타하고 문책하는 모습이 꼴불견처럼 보이고 참기 어려운 모욕처럼도 느껴질 것이다. 노 대통령이 참다 참다 반발적 발언을 한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문제는 대통령이 그렇게 화를 낸다고 인수위가 고분고분하게 행동할 리도 없고 자신이 대통령의 권좌에서 물러나는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화가 나서 참지 못하고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서 더 많은 구설만 불러왔다. 물러날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끝까지 자신의 수준과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켜준 점에서 그렇고 재임 동안 계속 분란과 불화의 원인이 된 그의 구업(口業)을 첨가해 짓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참음 만이 다툼 끝내
노여움 제거하고
사회 화합 이끌어야

그 점에서 노 대통령이 평소 부처님의 가르침에 조금만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졌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부처님은 《중아함경》에서 “다툼으로 다툼을 그치게 하고자 해도 다툼은 그쳐지지 않는다. 오직 참음만이 다툼을 그치게 할 수 있으니, 이것(참음)이 참으로 존귀하다”고 말했다. 불교에서는 참는 것, 곧 인욕(忍辱)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법구경》은 “노하면 진리를 보지 못하며, 노하면 불도(佛道)를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노여움을 제거해야 복을 가져오는 선(善)이 항상 몸을 따르게 된다”고 말하고 또 “노여움을 스스로 억제하되 달리는 수레를 멈추는 것처럼 해야 하리니, 이런 사람이야말로 좋은 말몰이꾼이 어서, 어둠을 버리고 밝은 데로 들어가게 되리라”고 하고 있다.

또 《대집경》에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 “인욕은 세상에서 으뜸가는 것이니, 안락(安樂)에 이르는 길이며, 인욕은 홀로인 몸을 지켜주니 현성(賢聖)이 기뻐하는 바다. 인욕은 친우가 되어주며, 인욕은 아리따운 명예를 늘려주며, 인욕은 뜻대로의 부를 얻게 하며, 인욕은 바른 위용을 갖추게 하며 인욕은 위력을 얻게 하며 인욕은 세상을 비추며… 인욕은 원수와 우뇌(憂惱)를 이기게 하며… 인욕은 뛰어난 과보를 가져오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처님은 인욕의 덕을 세상에서 으뜸가는 덕목으로 집어주시며 우리들이 작은 일에 화내고, 구업 지으며 큰 죄업에 들지 않도록 깨우쳐주신다.

노대통령의 경우를 보면서 더욱 그 점이 실감난다. 어디 정치인들뿐이겠는가. 인욕바라밀은 우리네 사바 중생이 마음깊이 명심해야할 가르침이며 수행의 요체가 분명하다.

/ 공종원 전 불교언론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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