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필몽〉

질투에 눈 먼 유녀
끓는 버터기름 부었지만
자비심으로 이겨내

웃타라(Uttara)의 아버지인 푼나(Punna)는 라자가하(Rajagaha)에서 수마나(Sumana)라는 부자를 위해 일했습니다. 푼나와 그의 아내는 부유하지 않았지만 항상 때맞춰 스님들께 음식을 공양하였습니다.

어느 날 부부는 사리풋타(Sariputta)에게 음식을 공양했는데, 그 선행의 과보로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푼나는 자신이 경작하던 들판에서 황금을 발견하게 되었고, 왕은 공식적으로 그를 왕실 회계사로 임명했습니다. 한 번은 푼나 가족이 7일 동안 부처님과 출가 수행자들에게 음식을 공양하였습니다. 그리고 일곱째 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세 식구가 모두 예류과(豫流果, 수다원과)를 얻었습니다.

웃타라의 결혼

푼나는 자신의 딸을 부자 수마나(Sumana)의 아들과 결혼시켰습니다. 푼나는 수마나의 가족이 불교도가 아니어서 딸을 결혼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수마나의 간곡한 부탁과 친지들의 설득에 승낙하고 말았습니다.

수마나의 집안으로 들어간 웃타라는 부처님을 뵐 수 없었고, 심지어 부처님의 제자조차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웃타라는 남편의 집에서 행복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아버지에게 불평하며 하소연했습니다.

“아버지, 왜 저를 이 집에 시집보내 새장에 갇힌 새처럼 가두셨습니까? 여기에서는 부처님과 출가 수행자를 볼 수 없고, 비구에게 아무것도 공양할 게 없고, 공양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웃타라의 아버지는 그녀를 불쌍히 여겨 현금으로 1만 5,000냥을 보냈습니다. 웃타라는 아버지가 보내준 돈으로 남편을 임시로 돌봐줄 유녀를 고용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라자가하에는 시리마(Sirima)라는 유녀가 있었는데, 절세의 미인으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눈부신 외모를 갖춘 시리마는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남자들은 저마다 금과 은, 보물을 손에 들고 그녀를 찾았습니다. 그녀의 몸값 또한 하룻밤에 천금을 부를 정도로 치솟으며 사그라질 줄 몰랐습니다. 그런 시리마에게 웃타라는 한 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보름 동안 제 남편의 시중을 들어준다면 1만 5,000냥을 드리겠습니다.”

시리마는 이내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웃타라는 시리마와 계약하고 나서 남편에게도 제안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보름 동안 시리마가 당신 곁을 지키며 시중을 들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공양을 올리려고 합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시리마의 아름다운 외모에 눈이 먼 남편은 흔쾌히 아내의 요구를 수락하였습니다. 그래서 웃타라는 아름다운 유녀 시리마를 고용하여 자신을 대신해 15일 동안 아내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동안 웃타라는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할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열다섯째 날, 그녀가 부엌에서 공양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였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침실 창에서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자신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모르고 쓸데없이 음식을 만들어 보시한다고 저렇게 고생하고 있구나!”

유녀 시리마의 질투

시리마는 웃타라의 남편이 짓는 미소를 보고 자신이 잠시 고용된 유녀라는 사실을 잊은 채 웃타라를 몹시 질투하게 되었습니다. 질투로 인해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던 시리마는 부엌으로 달려가서 웃타라의 머리 위에 부으려고 끓는 버터기름을 국자에 담았습니다.

웃타라는 시리마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지만 그녀에 대해 악의(惡意)를 전혀 품지 않았습니다. 웃타라는 시리마 덕분에 부처님으로부터 법문을 들을 수 있었고, 15일 동안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음식 공양을 베풀 수 있었고, 다른 선한 행위를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시리마뿐이다. 시리마가 없었더라면 부처님을 뵐 수가 없었을 것이다.”

웃타라는 시리마에게 진심으로 매우 감사했습니다. 웃타라는 시리마가 자신에게 매우 가까이 다가와서 끓고 있는 뜨거운 버터기름을 부으려고 하는 순간 단언했습니다.

“내가 시리마에 대해 악의를 품는다면 이 끓고 있는 뜨거운 버터기름이 나를 태울 것이고, 내가 그녀에 대한 악의가 없다면 나를 태우지 않을 것이다.”

웃타라는 시리마에 대해 악의가 없었기 때문에 시리마가 웃타라의 머리에 부은 끓는 버터기름은 차가운 물과 같았습니다. 그러자 시리마는 버터가 식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리마가 끓는 버터기름 한 국자를 다시 가지러 갔을 때, 웃타라의 하인들은 시리마를 넘어뜨리고 세게 때렸습니다. 웃타라는 하인들의 구타를 멈추게 하고 시리마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 치료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때서야 시리마는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고 웃타라에게 한 잘못한 행동을 후회하고 웃타라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제가 끔찍한 악업을 지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부족할 테지만 부디 저를 용서해 주세요.”

웃타라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에게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버지에게 물을 것입니다.”

시리마는 웃타라의 아버지에게 기꺼이 가서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웃타라는 시리마에게 설명했습니다.

“시리마여! 내가 ‘나의 아버지’라고 말한 분은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나의 육친인 아버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말하는 나의 아버지는 부처님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나에게 법과 성스러운 진리를 가르쳐서 윤회의 사슬을 끊게 하십니다.”

그러자 시리마는 부처님을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웃타라는 다음 날 시리마가 자신의 집에서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음식을 공양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공양 후에 부처님은 웃타라와 시리마 사이에 일어난 모든 일을 듣게 되었습니다. 시리마는 자신이 웃타라에게 잘못을 저질렀음을 고백하고 부처님에게 웃타라가 자신을 용서해 줄 수 있도록 간청했습니다. 부처님께서 그렇게 해주시지 않으면 웃타라가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간청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웃타라에게 시리마가 끓는 버터기름을 자신의 머리에 부었을 때 마음이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웃타라는 대답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시리마에게 많은 빚을 졌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고 악의를 품지 않았습니다. 저는 시리마를 향해 자비심을 보냈습니다. 시리마는 저에게 훌륭한 도움을 제공했습니다. 시라마의 도움에 비하면 땅은 너무 작고 하늘은 너무 낮습니다. 시리마의 도움으로 제가 공양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끓는 기름은 저의 얼굴에 닿는 순간 시원한 물처럼 느껴졌습니다. 화상의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잘했구나, 잘했구나, 웃다라여! 악의를 품지 않음으로써 미움으로 악을 행한 자를 능히 이길 수 있다. 남을 욕하지 아니함으로 욕하는 자를 이길 수 있다. 너그럽게 베풀어서 인색한 자를 이길 수 있다. 진실을 말함으로 거짓을 말하는 자를 이길 수 있다.”

〈삽화=필몽〉

웃타라의 대자비심

부처님께 귀의하지 않은 가정에 시집을 가게 된 웃타라는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공양을 올리기 위해 유녀를 고용하여 자신을 대신해 아내의 역할을 맡도록 하였습니다.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웃타라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남편이 자칫 유녀가 마음에 들어 웃타라를 천대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다면 웃타라의 지위와 명예는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웃타라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남편은 아내의 불심(佛心)을 부정하였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웃타라는 시리마라는 유녀를 보름동안 고용하여 임시로 아내 역할을 맡긴 것입니다. 형식적 부부생활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남편과 충분히 상의하고 동의를 받는 부분도 눈여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더라도 당사자인 남편의 흔쾌한 동의가 전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에 대한 웃타라의 신심(信心)은 어떤 이기적인 질투도 없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하여 불퇴전의 신심(信心)이 있었던 것입니다. 시리마는 웃타라를 질투하여 부엌으로 들어가 끓는 버터기름을 그릇에 담아 웃타라의 얼굴에 부었습니다. 그러나 웃타라의 마음은 시리마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화상을 입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웃타라는 시리마의 질투에 자비심으로 대응한 것입니다. 부처님의 법문을 듣게 해준 시리마의 공덕을 생각한다면 시리마의 악업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안양규
_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동경대(東京大) 외국인연구원,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장·불교문화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불교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역·저서로 〈행복을 가져오는 붓다의 말씀〉·〈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The Buddha’s Last Day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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