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9월 30일부터 상설전시실서

그간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던 〈석보상절(釋譜詳節·보물 제523호)〉이 일반에 공개된다. 석보상절 권21-02. <사진 일괄=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불서인 〈석보상절〉과 조선 전기 갑인자로 추정되는 금속활자가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575돌 한글날을 기념해 9월 30일부터 상설전시관 1층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 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석보상절〉 초간본과 갑인자로 추정되는 금속활자를 선보인다.

〈석보상절(釋譜詳節·보물 제523호)〉은 1447년 세종의 왕후인 소헌왕후 심씨(1395~1446)의 명복을 빌고자 간행된 책이다. 훗날 세조가 되는 수양대군이 세종의 명을 받아 부처의 일대기와 설법 등을 정리해 한글로 번역했다. 원래는 모두 24권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일부만 남아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권20과 21은 세종 대에 만든 한글활자와 갑인자로 찍은 초간본이다. 같은 판본으로는 보물로 지정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권 6‧9‧13‧19)과 동국대도서관 소장본(권 23‧24)이 있다.

더불어 공개하는 활자는 1434년 만들어진 갑인자로 추정되는 금속활자 150여 점이다. 이 활자들은 일제강점기 구입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다수의 활자와는 입수 시기와 연유가 다르다. 다만 글자체가 조선 전기 활자와 비슷해 박물관은 사용처와 제작 시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의 출현 등을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 6월, 조선 전기 것으로 추정된 서울 공평동 출토 활자들이 공개돼 서로 비교할 수 있었고, 故 이건희 기증품 중 갑인자본 전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활자들이 갑인자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해당 활자를 본격 조사해 갑인자로 추정할 수 있는 상당한 근거를 확인했다.

그 첫째는 갑인자본 〈근사록(近思錄)〉(이건희 기증, 1436)과 〈자치통감(資治通鑑)〉 권236~238(송성문 기증, 보물, 1436)에서 失‧懲‧胷‧造‧迨(실‧징‧흉‧조‧태) 등 글자체와 크기가 같은 활자를 확인한 것이다. 둘째는 해당 활자 33점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구리 86∼94wt%, 주석 5∼10wt%, 납은 3wt% 이하로 확인됐다. 이는 1461년 이전에 만든 을해자 병용 한글 금속활자의 주성분 원소인 구리, 주석, 납의 함량과 유사해 동일한 시기, 즉 15세기에 주조된 활자로 판단했다. 셋째, 공평동 출토 갑인자 추정 활자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활자의 크기와 형태가 비슷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 측은 “이번 전시되는 〈석보상절〉은 그간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어, 국민들이 실제로 관람하면서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석보상절〉과 갑인자 추정 활자를 보면서 한글과 문화재 기증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434년 만들어진 갑인자로 추정되는 금속활자.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