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성명서…해결책 촉구

경기도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가톨릭 ‘성지순례길’ 조성과 관련해 광주불교사암연합회가 성명서를 내고 사업 백지화 및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광주불교사암연합회(회장 청호 스님)는 9월 15일 성명서를 통해 “광주시가 ‘관광마케팅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스님들의 자비정신과 희생이 깃든 곳을 연결해놓고 이를 특정종교 성지로 축소 왜곡하는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지역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종교화합을 저해하는 비상식적인 순례길 사업을 규탄하며 관계 기관이 사업 백지화 및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광주불교사암연합회는 광주시의 향후 조치를 엄중하게 주시할 것이며, 합당한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하 성명서 전문>

종교화합 저해하는 가톨릭 성지순례길 추진 중단하라

불교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났다. 병자호란의 아픈 역사를 겪으면서 전국 각지에서 온 스님들이 남한산성 증개축에 참여하며 호국불교를 실천했다.

조선시대 스님들은 장경사, 망월사, 개원사 등 광주지역 사찰에 주석하며 관군(官軍)을 대신해 남한산성을 수호했다. 억불숭유의 탄압에도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일에 앞장섰다.

조선 후기에는 종교의 벽을 넘어 핍박 받는 천주교인들에게 천진암 공간을 제공했는데, 그로 말미암아 수많은 스님이 목숨을 잃고 폐사되는 아픔을 겪었다. 어디 그뿐이랴 조선을 강제병합한 일제가 1907년 8월 군대 해산령을 빌미로 남한산성 내 사찰들을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990년대 초반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불교계에서는 나눔의집을 개원해 운영했다. 광주지역 사찰들도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코로나19 발병 뒤에는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정기법회 및 기도를 중단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조치를 준수했다.

이처럼 광주지역 사찰과 스님 및 신도들은 수백 년간 세계일화(世界一化)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나라사랑과 종교화합 정신을 면면히 계승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가 ‘관광마케팅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스님들의 자비정신과 희생이 깃든 곳을 연결해놓고 이를 특정종교 성지로 축소 왜곡하는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에 지역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종교화합을 저해하는 비상식적인 순례길 사업을 규탄하며 관계 기관이 사업 백지화 및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광주불교사암연합회는 광주시의 향후 조치를 엄중하게 주시할 것이며, 합당한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한 대응에 나설 것이다.

불기2565년 9월 15일
광주불교사암연합회 사부대중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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