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위에 덧칠한 유일한 사례

‘서울 진관사 태극기’ 등 3건의 태극기 유물이 보물로 지정된다. <사진일괄=문화재청>

광복절을 앞두고 ‘서울 진관사 태극기’와 ‘김구 서명문 태극기’, ‘데니 태극기’ 등 3건의 태극기 유물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8월 12일 열린 제4차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태극기와 광복군 유물 등 항일독립유산들을 보물과 문화재로 지정‧등록 예고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독립운동사료를 포함한 근현대문화유산에 대한 적극적인 역사ㆍ학술 가치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2019년부터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국가등록문화재들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작년에 우리말 사전 원고인 ‘말모이’ 등 한글 관련 문화재 2건을 보물로 지정했으며, 이후 두 번째로 태극기 3건을 보물로 추가 지정 예고했다.

이번에 지정 예고한 태극기 3건은 19~20세기 초 제작됐다. 우리 역사 최초로 국기 제작이 시도되고 변천되는 과정과 독립에 대한 열망,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문화재이다.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2009년 5월 26일 서울시 은평구 진관사의 부속건물인 칠성각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불단 안쪽 벽체에서 태극기에 보자기처럼 싸인 독립신문류 19점과 함께 발견됐다. 12월 25일까지 발행된 신문류를 근거로 진관사 소장 태극기 역시 3.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즈음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진관사 태극기는 우리나라 사찰에서 최초로 발견된 일제강점기의 태극기로, 불교 사찰이 독립운동의 배후 근거지나 거점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일장기 위에 태극의 청색부분과 4괘를 검정색 먹물로 덧칠해 항일 독립의지와 애국심을 강렬하게 표현했으며,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린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사례라는 점에서 항일 운동사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41년 3월 16일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 김구(金九, 1876~1949) 주석이 독립의지를 담은 글귀를 적어 친분이 있던 벨기에 신부 매우사(Charles Meeus)에게 준 것이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매우사 신부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부인 이혜련 여사에게 태극기를 전했고, 후손들이 보관하다가 ‘안창호 유품’ 중 하나로 1985년 3월 11일 독립기념관에 기증되었다.

‘데니 태극기’는 세로 182.5cm, 가로 262㎝로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옛 태극기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기 제정의 초창기 역사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라는 점에서 뜻 깊은 사료다.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활동한 미국인 오웬 니커슨 데니(Owen Nickerson Denny, 1838~1900)가 소장했던 것으로, 1891년 1월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가지고 간 것을 1981년 그의 후손이 우리나라에 기증해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태극기 유물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세로 44.3cm, 가로 62cm 크기의 비단 천에 청색과 홍색의 천으로 태극을 붙이고, 흑색 천으로 4괘를 덧대어 제작한 소형 태극기다.
‘데니 태극기’는 세로 182.5cm, 가로 262㎝로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옛 태극기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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